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전략적 ‘조용한 경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독보적 선두 주자인 만큼 경선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뚫어야 하는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 예비후보와 차별화를 꾀하며 적극적 행보로 치열한 2등 싸움을 펼친다.
이 전 대표는 15일 공식 일정을 비우고 유시민 작가, 도올 김용옥 선생과의 대담을 공개해 차기 정부 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SNS를 통해서는 후원금 모금 진행 사실만 간단히 알렸다. 초단기 대선 레이스에서 빠듯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다른 대권 주자에 비해 다소 여유있는 모습이다.
경선 관련 메시지도 ‘선의의 경쟁’을 강조하며 절제된 톤을 유지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를 거론하며 “민주당을 힘있게 견인하고 있는 두 분과 함께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긍정적 평가하며 당내 안정적 협력과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공개된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에서도 김 전 지사의 복당이 당에 콘크리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 2017년 조기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강경 발언들과 대조적이다.
이미 당내 공고한 일극체제를 굳힌 만큼 경쟁 주자들과 협력 이미지를 강화하는 선택이 선거 전략에 유리한 것으로 판단한 모습이다. 큰 폭으로 대권주자 사이 여론조사 1위를 점한 만큼 불필요한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전 대표의 독주 속 ‘2김’ 간 2등 싸움은 치열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김 지사와 김 전 지사 모두 이 전 대표와는 달리 적극적인 언론 노출과 대외 활동을 통해 경선 참여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두 인물은 각종 간담회와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김 전 지사는 ‘지방분권’을 강점으로, 김 지사는 ‘경제통’ 이미지를 내세우며 이 전 대표와 차별화를 꾀한다.
김 전 지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의 본산인 용산 대통령실을 단 하루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대안으로 서울 청와대 복귀와 세종 집무실 병행 사용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주장하며 대통령이 세종 집무실에서 장관과 협의해 국정 방향을 정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책임장관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를 인천공항에서 발표하며 ‘외교·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강조했다. 지난 9일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해 미국을 찾은 김 지사는 출장 후 자동차 부품 관세 공동 대응을 위해 미시간주와 4개 부분에 걸쳐 합의에 이르렀다고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도 김 지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자동차 부품업계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는 회의를 열고 경제 행보를 이어 나갔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