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땐 활주로 1본만… ‘글로벌 도시 부산’ 신공항 전략 꼬이나

입력 : 2025-04-15 20:41:00 수정 : 2025-04-15 21: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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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김해공항 폐쇄·이전’ 검토

남부 ‘U벨트’ 발전 계획과 연계
부산 물류 중심지 키우기 전략
이 캠프 추진안에 지역 우려 커
설계 재검토 땐 가덕 개항 지연
구체적 대안 없는 김해공항 폐쇄
시민 접근성 논란까지 일어나

15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5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더불어민주당이 ‘김해국제공항 폐쇄·이전’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 사회 파장이 예상된다. 김해공항 내 군 공항 이전, 가덕신공항 1본 활주로의 변경 등 선결과제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이 대선 공약으로 추진될 경우 지역 내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30여 년 논란 끝 ‘2029년 개항’으로 종지부를 찍은 가덕신공항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경우 공항의 건립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 경제 공약 싱크탱크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미래성장위) 측이 검토 중인 ‘김해공항 폐쇄’ 안은 민주당이 지역균형발전 공약으로 내놓는 남부 지역 ‘U벨트’ 발전 계획과 연결된 부산 발전 어젠다다. 이 전 대표가 내세우는 북극항로 개척과도 같은 축에 놓여 있다.

민주당 미래성장위는 ‘U벨트’ 발전 계획을 통한 지역별 산업단지 재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포~새만금을 잇는 해안가 일대 U자 형태 제조업 벨트에 지역별 주력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부산의 경우 조선업과 더불어 물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것이 부산 발전 계획의 큰 틀이다. 부산이 세계 2위 환적 항만인 부산항과 서울-북한-유럽으로 연결될 철도망, 가덕신공항까지 갖춘 ‘트라이포트’가 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이 전 대표가 앞세우는 북극항로 개척으로 정기 컨테이너선이 운항되면 정기 물동량이 확보되면서 항만 시장이 대폭 확대될 거라는 계획이다.

물류 중심지 부산을 그리는 이 전 대표의 청사진 안에서 물류 기능을 전담하게 될 가덕신공항은 물류 중심 허브 공항 역할을 한다. U벨트-북극항로-가덕신공항이 하나의 패키지로 부산 발전 계획을 이끄는 셈이 된다.

민주당이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것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과 산업은행 이전 등이 민주당 반대로 중단된 데 대한 지역 내 반발을 희석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산 의제 전환을 위해 북극항로 개척과 김해공항 폐쇄 등을 새로운 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치권 설명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김해공항 폐쇄·가덕신공항 일원화 안에 대한 지역의 반응은 우려 일색이다.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가덕신공항 건립 계획에 또 다른 변수로 인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덕신공항 건립 계획은 1992년 부산시 도시계획에 처음 반영돼 2002년 129명이 숨진 김해 돗대산 민항기 추락 참사를 거쳐 24시간 운영되는 안전한 공항을 지역민들이 긴 시간 바라오며 얻어낸 결과다. 그 과정에서 정치 논리와 수도권 이기주의와 맞물려 계획이 백지화된 경험만 6번이다.

일단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1본·2029년 개항으로 못 박은 설계계획이 재검토 될 경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정치 공방과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설계계획 등을 거치며 완공 일정은 또다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물론 활주로 2본 건설이 가덕신공항의 장기 과제이긴 하지만, 이는 2029년 개항 이후 조건이 성숙됐을 때 추진한다는 게 부산시를 비롯해 지역 내 암묵적인 합의였다는 점에서다.

공항에 대한 시민 접근성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권에서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에도 국내선과 국제선 분리 운영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왔으나 현재는 양 공항 모두 이용객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당초 국토부에서도 국내선은 김해공항, 국제선은 가덕신공항으로 투-에어포트 전략을 내놓은 것도 접근성을 감안한 계획이었다. 대안 없는 김해공항 폐쇄 시 국내외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 도시 부산에서 바로 도심으로 이어지는 김해공항이 폐쇄되면 당장 접근성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논란이 커지면서 가덕신공항 건설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결과적으로 지역 공항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가덕신공항은 활주로 1본을 목표로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미래성장위 측은 “김해공항 폐쇄의 전제는 가덕신공항 활주로 확장”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아직 실현 가능성이 검토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덕신공항 활주로 확장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부산 지역 내 운영 활주로는 단 1개만 남게 된다. 부산 지역민 이동망 자체가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래성장위 측은 “부산 지역에서 이중 공항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가덕신공항 개항 후 김해공항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가덕신공항을 확실히 발전시키고 남는 김해공항 부지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부산의 발전 가능성을 키우는 일이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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