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진료확인서로 병가 반복… 해임 후 법정까지 선 구청 공무원(종합)

입력 : 2025-04-16 17:10:56 수정 : 2025-04-16 17: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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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선고
‘크론병’ 등 허위 진료확인서 제출한 혐의
가짜 모친 질병 자료로 ‘가족돌봄휴가’도
경찰 수사 의뢰, 해임 후 법정 선고도 받아

부산지방법원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지방법원 청사. 부산일보 DB

‘크론병’ 등 각종 질병 진료확인서를 가짜로 만들어 병가를 꾸준히 사용한 부산 A구청 전직 공무원에게 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병가뿐 아니라 ‘모친이 응급 진료를 받았다’는 허위 자료로 가족돌봄휴가까지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자 구청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결과다. 구청은 지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뒤 부산시 인사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고, 결국 해당 공무원은 해임된 후 재판까지 받게 됐다.

부산지법 형사6단독(김정우 부장판사)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B 씨에게 지난 10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부산 A구청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했던 B 씨는 2023년 5월 2일 구청 감사담당관실 직원에게 허위로 작성한 크론병 진료확인서를 휴대전화 메시지로 전송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 씨는 2022년 병가를 45일 6시간 사용해 감사를 받고 있었고, 담당 직원은 진료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보고 징계 절차 없이 감사를 종결했다.

재판부는 크론병 진단을 받은 적 없었던 B 씨가 2022년 12월 부산 주거지에서 한글 프로그램으로 허위 진료확인서를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감사담당관실에 제출한 문서에는 ‘병명:크론병(K50.99)’과 ‘최초 진단일:2022.12.16’ 등을 표시했고, 특정 병원 이름과 의사 이름도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치료 의견’ 부분에는 ‘상기 환자 2023년 1월 5일 응급실 내원해 치료 목적으로 수액 치료를 받았다’나 ‘항생제와 면역억제제 처방했다’는 내용뿐 아니라 ‘향후 계속적인 외래 추적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등의 허위 사실을 적었다.

재판부는 B 씨가 감사담당관실에 진료확인서를 제출한 후에도 여러 차례 허위 자료를 사용해 병가를 쓴 혐의도 인정했다. 지난해 1월에는 ‘A형 인플루엔자’ 허위 진료확인서로 병가 사용을 승인받았고, 같은 달에는 모친이 ‘A형 독감과 폐렴’ 응급 진료를 받았다며 같은 수법으로 가족돌봄휴가를 두 차례 승인받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또다시 크론병과 관련한 허위 자료를 제출해 여러 차례 병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허위 진료확인서 등을 증빙 자료로 제출해 담당 공무원에게 피고인에 대한 병가 또는 가족돌봄휴가를 처리하게 했다”며 “피고인은 위계로서 감사와 복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다만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초범인 점 등 참작했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허위 자료로 병가를 사용한 구청 공무원이 재판까지 받게 된 건 A구청 측이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허위 자료 제출이 반복된 데다 모친이 아프다는 거짓말로 가족돌봄휴가까지 쓴 정황이 드러나면서 구청 측은 칼을 빼 들었다.

A구청은 지난해 2월 6일 경찰에 B 씨에 대한 수사 의뢰 공문을 보냈고, 같은 달 29일 부산시 인사위원회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같은 해 3월 25일 부산시 인사위원회가 의결을 마치면서 A구청은 다음 달 2일 자로 B 씨를 해임했다.

A구청 관계자는 “노조 게시판에 병가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고, 평소 근무 태도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 많았다”며 “보통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하진 않는데 이번에는 강경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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