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된 삼익비치 며칠째 암흑 천지, 첨단 시대에 무슨 일…

입력 : 2025-04-23 18:27:4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남천동 3개동 300여 세대 정전 미복구
보조 변전실 연결 케이블 노후가 원인
주민 1000여 명 촛불 생활 “불안불안”
비상 발전차 투입도 호환 문제로 불가
완전한 복구까지 7일 이상 소요될 듯

지난 22일 오후 정전으로 불이 꺼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3개 동이 암흑에 잠기면서 일부 세대는 촛불이나 간이 조명을 켜고 생활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 지난 22일 오후 정전으로 불이 꺼진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3개 동이 암흑에 잠기면서 일부 세대는 촛불이나 간이 조명을 켜고 생활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이하 삼익비치)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해 사흘째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23일 수영구청과 삼익비치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4시 30분께 삼익비치 3개 동(215·216·315동 약 300세대)에서 정전이 일어나 현재까지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전은 3개 동 보조변전실(전기실)로 연결된 6600V 고압케이블 내부가 타 녹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익비치 입주민과 관리사무소 측은 정전 직후 전기 공사 업체에 의뢰해 고장 구간을 우회해 전력 공급을 시도했다. 업체는 인근 보조변전실 전기를 끌어오기 위해 케이블을 연결했지만, 연결 부위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출동하는 등 위험천만한 순간이 발생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조변전실과 연결된 노후 고압선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선로가 낡아 해당 동 보조변전실로 가는 고압선 전체를 교체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복구 작업에 약 7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익비치 관리사무소 측은 한국전력에 복구 지원을 요청했다. 한전 부산울산본부는 지원에 나섰지만 완전 복구 여부와 일정은 불투명하다. 23일 오전부터 복구 작업을 시작한 한전은 이날 오후 4시께 임시로 전봇대 4개를 설치하고 케이블을 연결했다. 이날 저녁부터 전력 공급을 재개하기 위해서다. 다만 완전한 복구 작업은 아파트 측과 협의에 따라 진행되며 7일 이상 걸릴 가능성도 있다.

앞서 한전은 비상 발전차 투입도 검토했지만, 호환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전 관계자는 “오래된 아파트라서 전기공급 장치는 110V 규격이고, 한전 이동 발전차는 220V 규격이어서 호환 연결이 어려웠다”며 “110V를 사용하는 노후 아파트는 사고 발생 시 복구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표준 규격에 따르는 전력설비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수일째 이어진 정전으로 주민들 불편과 피해가 속출했다. 정전이 발생한 3개 동에 거주하는 주민 약 1000명은 짐을 챙겨 인근 숙소 등에서 지냈고, 밤에는 촛불이나 간이 랜턴을 사용해 생활했다. 일부 주민은 냉장고 속 음식을 지인에게 맡기기도 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수영구청과 한전 측에는 사흘간 정전 문제 해결과 지원을 위한 민원이 빗발쳤다.

공포와 불편 속에 불안한 밤을 보냈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입주민인 50대 박 모 씨는 “정전이 복구되지 않아 주민들 불편과 피해가 극심했다. 비까지 내리면서 단지가 피난촌이나 폐허가 된 공간처럼 느껴졌다”며 “아파트가 재건축만 바라다가 기본적인 유지보수와 관리는 손 놓고 있어서 빚어진 참사”라고 말했다.

이틀 밤을 지새는 동안 비상발전기를 가동해 동 출입구, 복도, 엘리베이터 등 공용부 필수 전기만 공급됐다. 이마저도 밤 12시 이후에는 전원이 차단돼 주민들과 경비는 화재나 낙상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경비실에 휴대전화 충전을 맡기기도 했다.

이번 정전 사태를 계기로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민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50대 김 모 씨는 “태풍으로 정전이 된 것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건물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투자도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재건축이 빨리 돼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1979년 준공된 삼익비치 아파트는 지상 12층 33개 동 총 3060세대 규모다. ‘부산의 은마아파트’로 불리며 2022년 재건축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지만, 설계 문제로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