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 직접 가보지 못했어도, 하늘을 향해 쑥쑥 뻗은 메타세콰이어 사진만 봐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부산 도심에 메타세콰이어를 보며 휴식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부산시 남구 대연동 부산시립박물관 석조건물 한 편에는 마치 유럽 신전의 회랑을 닮은 공간이 있다. 이국적인 풍경 덕분에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의 야외 웨딩촬영 1순위 장소로 유명세를 떨쳤다. 2000년 이후 대형 카페와 이색 공간들이 생기며 이 곳을 찾는 웨딩 촬영팀은 줄었지만, 이곳의 낭만은 여전하다.
부산박물관이 잊힌 이곳의 낭만과 감성을 다시 불러냈다. 이 장소를 ‘메타세콰이어 테라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회랑을 따라 탁자와 의자를 설치했다. 의자 앞으로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펼쳐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념무상, 멍 때리며 쉬기도 좋다. 공간을 마련한 김에 박물관은 힐링을 더하는 활동 프로그램 키트도 준비했다. 좋은 문장을 따라 쓰는 필사 책과 노트가 있고, 컬러링 책과 채색 도구도 빌려준다. 책을 빌려 읽을 수도 있다. 확 트인 회랑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은 테라스에 앉은 이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것 같다.
박물관 안내데스크에 가면 2시간 단위로 테라스 자리와 힐링 키트를 빌릴 수 있다. 한 번 체험할 때마다 스탬프를 받아 스탬프 북을 다 채우면 박물관 굿즈를 선물받을 수 있다. 참고로 부산박물관 굿즈는 수집가들이 있을 정도로 예쁘다고 소문이 났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