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최대 아트페어로, 부산을 대표하는 ‘아트부산 2025’가 8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1일까지 나흘 동안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아트부산은 ‘More with Art’(예술과 함께)라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17개국 109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2023년(22개국 145개), 2024년(20개국 129개)보다 갤러리 숫자는 줄었지만, 처음 참여하는 갤러리가 29곳에 달하는 등 아시아권 갤러리를 중심으로 아시아 미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장으로 기대를 모은다. 부산·영남권 갤러리도 24곳이 이름을 올려 참가 갤러리 중 22%를 차지했다. 올해 아트부산 흐름을 알아본다.
■‘메인’ 갤러리 하이라이트
이번 아트부산에는 메인(MAIN), 퓨처(FUTURE), 커넥트(CONNECT) 등 각 갤러리 부스 섹션의 심사 기준과 프로그램 구성을 강화했다는 게 주최 측인 아트부산의 설명이다.
‘메인’ 섹션에는 국제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리안갤러리, 조현화랑, PKM갤러리 등 9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지난해 불참했던 갤러리현대, 아라리오가 돌아왔다. 부산 화랑으로는 오케이앤피, 맥화랑, 카린, 데이트갤러리, 갤러리 서린 스페이스, 소울아트스페이스, 아트소향, 갤러리 아트숲, 갤러리 우, 갤러리 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해외에서는 캐나다(미국 뉴욕), 마시모데카를로(이탈리아 밀라노, 서울 등), 코타로 누카가(일본 도쿄), 유무타(태국 방콕) 등이 처음 참가하고, 탕 컨템포러리 아트(중국 베이징, 서울 등), 화이트스톤(일본 도쿄), 에스더쉬퍼(독일 베를린, 서울 등) 등이 계속해서 보인다.
올해 아트부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스를 선보이는 국제갤러리는 단색화 담론을 대표하는 박서보, 하종현 화백과 부산지점에서 전시 중인 정연두 작가 등 20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PKM 갤러리는 올해 새롭게 합류한 팝 아티스트 샘바이펜의 작업을 공개한다. 리안갤러리는 안나 박의 작품을 중심으로 ‘컬렉터 하우스’ 콘셉트의 부스를 선보인다. 소시에테(독일 베를린)는 카스파 뮐러, 버니 로저스 등 갤러리 대표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전을 새롭게 예고하며 한층 더 기대를 모은다.
■신진 작가 발굴: 퓨처&아트 악센트
신진 갤러리와 작가 발굴을 위한 ‘퓨처’ 섹션에는 설립된 지 4년 이하의 국내외 갤러리 19곳이 참여해 라이징 스타 개인전 또는 2인전을 선보인다. 이 중 WWNN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안재홍과 오는 11월 2인전을 앞둔 제프리 청 왕의 프리뷰를 선보인다. 처음 부산을 찾는 상히읗은 독특한 3차원 캔버스를 활용해 회화의 물리적 한계를 확장하는 마이클 리키오 밍 히 호의 작품을 국내 처음 공개한다. 부산의 갤러리하스도 현재 파리에서 작업 중인 이영인과 독일 작가 조헨 샴벡으로 참가한다.
아트부산의 시그니처 프로그램 ‘ART ACCENT’(아트 악센트)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청년 작가를 발굴해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작업을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올해는 편대식, 박시월, 김지수, 최민영, 밍예스, 어밍, 방상환 등 오픈콜을 통해 선정된 7인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중 1인에게는 아트부산 2026에서 단독 부스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하나금융그룹 후원으로 신설된 퓨처 아트 어워드(FUTURE ART AWARD)는 퓨처 섹션 참여 작가 중 1인을 선정해 상금 1000만 원을 수여한다.
■커넥트: 예술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아트부산의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인 ‘커넥트’ 섹션은 아트페어의 한계를 넘어, 대형 조각, 인터랙티브 아트, 퍼포먼스, 장소특정적 설치,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영토와 경계’를 주제로, 라인문화재단 고원석 디렉터가 총괄 큐레이터를 맡아 11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주제전 ‘조각난 경계, 살아있는 것들’을 포함해, 조현화랑, PKM갤러리, 이아, 맥화랑, 피에스 센터, 마시모데카를로, 탕 컨템포러리 아트 등 10개 참여 갤러리들이 선정한 작가들의 솔로 프로젝트가 전시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조현화랑은 이소연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펼친다. 피에스 센터는 이소요 작가의 작품을, 이아는 권용주 작가의 작품을 단독 부스로 조명한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스튜디오 렌카의 회화와 세라믹 작품을 아시아 페어 최초로 부스에서 소개한다. 맥화랑은 전시장 입구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방정아 작가의 대규모 행잉 설치를 선보인다. 방 작가의 6미터 걸개형 설치작 ‘얼씨구 절씨구’와 ‘올리버 스톤의 수영’은 이번에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또한 도모헌 야외정원에는 조각가 정현의 장소특정적 대형 조각 ‘서 있는 사람’이 설치돼 아트페어의 경계를 확장한다.
■컨버세이션스: 동시대 예술 담론의 현장
아트부산이 매년 선보이는 담론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는 올해 도쿄 겐다이, 모스크바 개러지 현대미술관, 서퍼클럽 등 아시아 주요 미술기관 협업으로 진행한다. 큐레이터, 작가, 컬렉터, 디렉터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총 8개의 세션을 펼친다. 프로그램은 예술과 제도, 정체성과 장소성, 조각과 회화, 플랫폼 간 협업 지형 등 동시대 미술의 주요 쟁점을 다룰 예정이다.
첫날은 건축가 유현준과 작가 에가미 에츠가 참여하는 세션으로 시작해, 김아영 작가가 대규모 개인전을 진행 중인 베를린 현대미술관과 개러지 현대미술관 관계자가 글로벌 미술관의 역할과 국제 협업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과 아시아 현대미술과의 관계를 논의한다. 둘째 날은 에리 타카네 도쿄 겐다이 디렉터, 윌렘 몰스워스 홍콩 서퍼클럽 창립자, 정석호 아트부산 디렉터, 컬렉터 파비앵 파코리가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 미술 생태계의 변화와 문화 플랫폼 간 협력의 지형을 조망한다. 마지막 날에는 조각가 정현과 이보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가 도모헌 야외에 설치된 장소특정적 조각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외에도 작가 LY(리이), 홍순명, 강강훈&조종성이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포함해, 각기 다른 시선과 주제를 담은 세션이 이어진다.
■부산아트위크: 예술과 도시가 만난다
아트부산의 야심 찬 기획 ‘2025 부산아트위크’는 오는 18일까지 2주일간 이어진다. 부산 각지에서 펼쳐지는 전시, 공연, 미식,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작가 스튜디오 방문, 야외 조각전 등이 진행된다. 또한 디지털 파트너인 ‘아트라운드’를 통해 아트페어 관람 동선, 갤러리 정보, 지역 맛집과 전시 추천 등 통합 정보를 제공해 예술과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안한다.
예술과 문화, 미식, 휴식 등 3가지 키워드로 연결된 지역 명소를 소개하는 미니 가이드북은 벡스코 행사장 내 부산아트위크 부스와 모모스 커피 4개 지점에서 무료로 배포된다.
아트부산 입장권은 1일권 4만 원, 3일권 6만 원, VIP 프리뷰 티켓은 15만 원이다. 관람 시간은 8일 오후 2~7시, 9~10일 오전 11시~오후 7시, 11일 오전 11시~오후 6시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