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김해공항 인기 노선 확 줄인다

입력 : 2025-05-07 1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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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나리타·후쿠오카 노선 축소
자회사 진에어, 인천공항은 늘려
지역 선택권 뺏고 수도권 독점

지난 1일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지난 1일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5월 말부터 김해공항 인기 노선인 부산~나리타, 부산~후쿠오카 노선 일부를 축소하는 대신 인천 노선을 늘리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에서는 이번 조치가 대한항공이 수도권 중심으로 운행 노선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보고 향후 진에어 중심으로 통합 LCC(저비용항공사)가 출범하면 부산의 하늘길이 더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서지연(비례) 의원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오는 25일부터 부산~나리타 노선을 하루 3편(오전 7시 45분, 오전 9시 20분, 오후 4시 )에서 하루 2편(오전 7시 45분, 오전 9시 20분)으로 축소 운행한다. 또한 나리타에서 부산으로 들어오는 부산 노선도 하루 3편(오전 10시 50분, 낮 12시 45분, 오후 7시 20분)에서 하루 2편(오전 10시 50분, 낮 12시 45분)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부산 김해공항의 또 다른 인기 노선인 부산~후쿠오카 노선 역시 25일부터 하루 1편(오후 6시)으로 줄일 계획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그동안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하루 2편(오전 9시 5분, 오후 6시)을 운행해왔다. 반면 이 기간 인천~나리타 노선은 되려 늘어난다. 기존 하루 5.5편 운항이었던 인천~나리타 노선은 격일 운행 없이 하루 6편으로 늘어난다.

지역 정치권과 항공업계 등에서는 이번 조치가 향후 진에어 중심의 통합 LCC가 출범하게 되면 지역 노선은 줄이고 수도권 중심의 노선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조치가 오는 10월 26일부터 적용되는 동계 스케줄에도 적용될지 여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서 의원은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김해공항의 인기 노선을 감축했다. 부산~나리타 노선의 경우에는 기존 오전과 오후로 나눠져 있던 선택권을 모두 오전 시간대로 몰아버렸다”며 “이는 단순한 스케줄 조정이 아니라 지역의 항공 선택권 자체를 빼앗아간 행위이며 수도권 항공 독점을 심화시키기 위한 전초 단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이번 조치는 김해공항 상황도 외면한 결과다. 김해공항은 오전 6~8시 사이에 54개 노선이 몰려 있어 대기와 지연이 일상이 돼 있는 상황이다. 비행편 축소도 문제지만 비행 일정을 오전에 밀어 넣은 것은 지역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한항공의 이번 행보를 두고 통합 LCC 출범 이후 ‘수도권 공항 독점 체제’가 더 공고해지는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크다. 서 의원은 “항공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글로벌 허브도시를 꿈꾸는 부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생명선이다”며 “부산시와 정부가 김해공항의 황금노선 확보와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기자재 도입이 지연돼 불가피하게 일부 기간 및 노선 운항을 줄이고 있다”며 “부산은 대한항공과 통합 LCC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역할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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