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심야 후보 강제 교체 시도 어떻게 실패했나

입력 : 2025-05-11 16:06:14 수정 : 2025-05-11 18: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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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협상 결렬, 교체 절차 착수
새벽 공고·입당·의결까지 ‘속전속결’
당원 투표로 한덕수 후보 교체안 부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경선에서 선출한 김문수 대선후보를 일주일 만에 전격 교체하려던 ‘심야 강제 단일화’ 시도가 당원 투표에서 부결되며 막을 내렸다. 무소속 한덕수 예비 후보를 새 후보로 밀어붙이려던 지도부의 시도는 한밤 중 초고속으로 진행됐지만, 최종적으로 당원들의 표심에 가로막혔다.

국민의힘은 지난 4월 15일 대선 후보 경선 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김문수, 나경원,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등 11명의 후보를 상대로 3차례에 걸쳐 치열한 경선을 치렀다. 그 결과 지난 5월 3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문수 후보가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김 후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56.53%를 득표해 한동훈 후보(43.47%)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지난 10일 오전 0시께,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초유의 절차에 착수했다. 김 후보와 한덕수 예비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쉽게 진전되지 않자 당 지도부가 김 후보를 교체하려 한 셈이다. 지난 9일 오후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 김 후보 측과 한 후보 측은 30여 분간 단일화 2차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 측은 입장 차만 확인 한 뒤 협상은 결렬 됐다.

협상 결렬 1시간 뒤, 국민의힘 지도부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자정을 전후해 김 후보의 자격 박탈을 의결하고, 새로운 후보 선출 절차를 밟았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오전 2시 30분 홈페이지에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띄웠다. 등록 시간은 오전 3시부터 4시까지 단 1시간이었다. 제출 서류는 32가지에 달했고, 국회 본관 지정 장소로 직접 제출해야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전 3시 20분 국민의힘에 입당과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한 후보는 입당 직후 “저는 외부에서 온 용병이 아니다. 지난 3년간 국정의 최일선에서 함께 싸운 동지”라며 후보 수락 메시지를 냈다.

오전 4시 40분, 비대위는 한덕수 후보를 대선 후보로 최종 의결했다. 7명의 비대위원 중 김용태 의원만 반대표를 던졌다. 김 의원은 “절차를 받아들이면 잘못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공개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오전 9시 40분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밤의 정치 쿠데타다.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도 없는 폭거가 벌어졌다”며 “이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에게 반드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10일 낮 12시 35분 서울남부지법에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예정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했다. 그러나 당원 투표 결과는 지도부의 계획을 뒤엎었다. 다수 당원이 교체에 반대표를 던졌고, 후보 교체 시도는 최종 무산됐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1시께 최종적으로 김 후보로 대선을 치르기로 결정하고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후보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 절차를 마치고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던 후보 선출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했다. 그는 “지위와 권한이 회복돼 실익이 없다”며 “이제는 화합과 통합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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