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선출 레오 14세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유산 이어야”

입력 : 2025-05-11 17:34:23 수정 : 2025-05-11 17: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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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출신 첫 미국인 교황 취임
첫 외출 제나차노 성지 방문 뒤
전임 교황 무덤 참배 조의 표해
“개혁 정신 잊지 말자” 당부도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인근 소도시 제나차노 성지를 깜짝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 인근 소도시 제나차노 성지를 깜짝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 회의)에서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의 첫 외출은 가톨릭 성지 방문과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무덤 참배였다.

교황청은 레오 14세 교황이 10일(현지 시간) 바티칸 밖으로 처음 외출했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로마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인 소도시 제나차노의 성모 성지를 방문한 뒤,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묻힌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을 찾았다.

이곳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주 찾았던 곳으로 유언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묻힌 곳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까지 천천히 걸어가 하얀 꽃을 바친 뒤 잠시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 방문에 앞서 레오 14세 교황은 제나차노의 ‘착한 의견의 어머니’ 성지를 방문했다. 이 성지는 1200년부터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가 관리해 온 유서 깊은 곳으로,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출신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1955년 9월 14일 미국 시카고에서 로버트 포레보스트라는 이름으로 태어났고, 1982년 사제품을 받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첫 미국인 교황이다.

교황 선출 후 첫 바티칸 외부 방문지로 이곳을 선택한 레오 14세 교황은 제나차노 주민들에게 “교회가 제게 맡긴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사명을 시작하는 첫날에 꼭 이곳에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이던 지난해 4월 25일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한 적이 있다.

그는 10일 오전 열린 첫 공식 회의에서 추기경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전과 개혁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8일 콘클라베에서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나차노 성지 방문 직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무덤을 찾아 참배하는 레오 14세 교황. AFP연합뉴스 제나차노 성지 방문 직후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묻힌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 무덤을 찾아 참배하는 레오 14세 교황. AFP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억 명의 신자를 가진 비교적 보수적인 가톨릭교회를 현대 세계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한 인물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봉사에 온전히 헌신해 모범을 보였고 이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여정을 계속하자”고 강조했다.

또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들에게 미사를 라틴어가 아닌 지역 언어로 집전하고, 타 종교와의 대화를 추구했던 공의회의 개혁 정신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그는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세계적으로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페루에서 선교사로 보냈고, 최근 2년간 교황청 고위직을 맡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교황 이름으로 ‘레오’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로 산업혁명 시기 노동자의 공정한 임금과 대우를 위해 힘쓴 사회 정의의 옹호자 교황 레오 13세(1878~1903)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은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위협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맞서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두 시간가량 열린 추기경들과의 회의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과거 교황들이 일방적으로 연설했던 것과 달리 준비된 연설을 한 이후 추기경들이 직접 발언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대표적 보수파로 꼽히는 독일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는 교리를 두고 자주 충돌을 벌여왔지만 이날 회의에 대해서는 “매우 훌륭하고 조화로운 자리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7~8일 열린 콘클라베에서 레오 14세 교황은 133표 중 100표 이상의 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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