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판결’ 후폭풍, 버스 파업 위기 고조

입력 : 2025-05-12 2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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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조건부 정기 상여금 포함’ 판단
노조 “올해부터 당장 반영해야”
버스조합은 재정 부담에 ‘난색’
27일 자정 노사 합의 마지노선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점 앞 BRT 정류소에서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점 앞 BRT 정류소에서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12월 나온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이 거세다. 버스 등 공공 부문부터 통상임금 개선을 요구사항으로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12일 한국노총 산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 부산 버스노동조합(이하 부산 버스노조)은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관련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날 전국 21개 지역 버스노조도 일제히 각 지방노동위원회에 임단협 관련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 측은 통상임금 적용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꼽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이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당시 대법원은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에 따라 조건부로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로,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과 퇴직금 등 각종 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임금 전체가 오르면 부가 수당과 퇴직금도 함께 인상되는 구조다.

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올해부터 당장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 버스노조는 △2026년 기본급 8.2% 인상 △정년 63세→65세 연장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지역 버스노조 역시 같은 요구사항을 내걸며 총파업과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사측인 버스조합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버스조합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실질적으로 약 10%의 임금 인상 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기본급 8.2% 인상까지 더해지면 노조의 요구는 총 20% 이상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재정 부담이 막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버스조합 관계자는 “기존 임금 체계는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설계된 것”이라며 “판례가 변경된 이상 임금 체계 개편을 통해 통상임금 인상분 반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세부 조정을 통해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조정 절차는 신청일로부터 최대 15일간 이어진다. 전국 버스노조는 마감 기한인 27일 자정까지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오는 28일 전국 동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총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2012년 이후 13년 만으로, 부산 지역 약 2300대를 포함해 전국 약 4만 4000대의 시내·시외·고속버스가 멈춰설 수 있다. 이미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지난달 30일을 시작으로 법규를 지키면서 업무를 지연시키는 준법투쟁(준법운행)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버스업계를 넘어 대기업 등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미 하반기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본격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퇴직자들로 구성된 소송단을 꾸려 통상임금 반환 소송에 착수했다. 기아 노조 역시 지난 2월 변경된 판례를 반영해 적게 지급된 통상임금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 공인노무사는 “기업들은 복잡한 수당 체계를 정비하거나 이를 상여금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조정이 노사 간 합의 없이는 사실상 어려워 올해 내내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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