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우여곡절 끝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사천 개최… 취지와 실리 모두 잡아야

입력 : 2025-05-12 18: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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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지역사회부 기자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개최 장소가 우여곡절 끝에 경남 사천시로 확정됐다. 어찌 보면 당연히 그래야 했을 일이지만, 그 과정이 꼬일 대로 꼬이면서 모두가 상처를 입은 모양새가 됐다.

우주항공의 날은 지난해 5월 27일 우주항공청 출범을 계기로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국민의힘 서천호(사천·남해·하동) 의원이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념일로 지정됐다.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시에 자리 잡고 있으니 당연히 사천시에서 첫 번째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월께 들려온 소식은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사천이 아닌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기념식 개최를 검토한다는 소식이었는데, 장소를 우주항공청이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천의 배신감은 더욱 커졌다. 우주항공청은 기념식을 국가적 행사로 확대하고, 국민적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취재 과정에서는 우주항공청이 사천과 대전, 고흥 등 3개 지자체가 갈등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제삼지대에서 개최하려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보도가 나간 후 취재진이 만난 사천 시민의 분노는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 정작 우주항공청은 상징성이 큰 ‘첫 번째’ 기념식을 다른 지역으로 넘기려 한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 컸다. 심지어 우주항공청 직원들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우주항공청을 위한 잔치인데, 정작 구성원들은 행사를 준비할 뿐 이를 체감할 수 없다는 불만이었다. 파장이 거세지자 우주항공청은 결국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 장소를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 1층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이미 사천시와 과천시, 우주항공청 사이에는 말 못 할 부담과 감정의 응어리가 생겼다.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약은 보다 발전적인 미래 행보에 있다.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은 올해만 열리는 게 아니다. 앞으로 매년 5월 27일이면 기념식과 함께 우주항공 주간 행사가 펼쳐진다. 그때마다 다른 도시 개최가 검토되면 갈등이 반복되고, 악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우주항공청과 사천시가 힘을 합쳐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국제적인 행사로 키운다면 지역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직은 멀기만 한 우주항공복합도시 조성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특히, 사천시는 우주항공의 날 기념식을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축제로 확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주항공청이 손을 내밀면 예산까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과천에 국립과학관이 있지만, 사천에도 항공우주과학관과 항공우주박물관 등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서로의 마음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사천이 미국 시애틀이나 프랑스 툴루즈, 캐나다 몬트리올 등과 같은 세계적인 우주항공 클러스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나 관계 기관의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이다. 늦게나마 하나의 기념식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때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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