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를 선언한 뒤 미국 하와이에 체류 중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느낀 실망감에 국민의힘을 떠났다고 강조하면서도 대선 이후 국내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이날 자신의 온라인 소통채널 '청년의꿈'에 남긴 댓글에서 "다섯번의 국회의원은 당의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됐다"며 "그 당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고 썼다. 그는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民心)에서 압승하고 당심(黨心)에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었는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 국민의힘에서 은퇴한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홍 전 시장은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꼬마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회고했다.
과거 홍 전 시장(사법연수원 14기)은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당시 의원과 검찰 간부 등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이 사건은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의 소재가 됐고, 홍 전 시장에게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후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당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여당인 신한국당 입당을 권유받았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 측에서도 영입 시도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동교동계와 갈라선 '통합민주당'에서도 당시 노무현 전 의원 등이 찾아와 "홍검, 그렇게 살면 안 된다"며 홍 전 시장의 여당 입당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후보 경선 탈락에 반발해 지난달 말 탈당한 이후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당내 일각에서는 그를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날 권성동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제7공화국 선진대국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당과 나라를 지키는데 김문수 선배님과 함께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고, 이날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중한 예우를 갖춰서 목소리를 존중하고 지혜롭게 받아들여 모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 전 시장은 "하와이는 놀러 온 게 아니고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 온 것"이라며 "대선이 끝나면 돌아가겠다. 누군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이 몹쓸 정치판을 대대적으로 청소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전 시장 측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본인 당선 시 초대 총리로 홍 전 시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실제 제안이 있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중앙선대위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