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호텔 경제론’을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졌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현실성 없는 ‘괴짜 경제학’이라고 비판했고, 이 후보는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걸 단순화해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호텔경제학은 이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한 발언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당시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내면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고,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며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원을 환불받아 떠나더라도 이 동네에 들어온 돈은 아무것도 없지만 돈이 돌았다. 이것이 경제”라고 했다. 소비자가 호텔에 10만 원의 예약금을 낸 후 숙박 없이 환불받아 실제 투입된 돈은 없더라도, 예약금 10만 원이 인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거치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취지다.
이준석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그게 경제가 순환하면 케인스 이론의 승수효과(정부 지출을 늘릴 경우 지출한 금액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되는 현상) 같은 것을 기대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냐”고 물었고, 이재명 후보는 “승수효과를 얘기한 게 맞다. 경제 순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는 온라인에 떠도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 그림’을 거론하며 “한계소비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이 1로 계속 돈다는 것이냐. 무한 동력이냐”라며 몰아세웠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그림은 제가 그린 게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라고 했고, 이준석 후보는 “그럼 그게 잘못됐다면 왜 계속 그 주장을 하느냐”고 거듭 따졌다. 이재명 후보는 “그게 왜 잘못됐느냐”며 “(한계소비성향이) 1로 돌진 않는다. 극단적 예를 한 번 들어본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거듭 반박했다.
이재명 후보는 2017년 대선 경선 때도 일정 수준의 공적 자금 투입만으로도 내수 경기를 충분히 활성화할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비슷한 비유를 들었다. 이 후보는 이후 호텔 경제론을 꺼내지 않았다가 약 8년 만에 다시 언급했다. 이준석 후보는 “외상 취소로 실제 경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면, 어떤 지방자치단체장이 법인카드를 들고 가 정육점과 과일가게에서 몇천만 원을 결제하고 나중에 취소하면 경제가 돈다는 것”이라며 “이것을 대한민국 경제에 적용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