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외식비가 부담돼서, 올해는 도시락을 싸기로 했어요.”
부산 북구에 거주하며 자녀를 키우는 40대 주부 고 모 씨는 어린이날 외식을 고민하다 결국 도시락을 싸 들고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김 씨는 “한 끼 외식비가 최소 5만~6만 원하는 게 솔직히 부담스러워 피크닉을 생각했다”며 “지출은 줄였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더 길어졌고, 아이들도 즐거워해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깊어진 경기 불황에 가정의 달 소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외식 빈도를 줄이거나 가성비 좋은 식당을 찾고,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선물을 장만하는 등 실속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가정의 달을 겨냥한 선물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장난감, 카네이션은 물론 용돈박스, 건강기능식품, 케이크, 기프티콘, 방향제, 안마기, 찜질기 등 거래 품목도 다양하다. 1년 중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인 만큼, 실속형 소비와 현금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관련 거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선 미개봉 상품 위주의 거래가 활발하며, 정가 대비 저렴하게 나온 물건을 노리는 알뜰 소비족들의 수요가 높다. 특히 장난감이나 건강기능식품 등 선물용 제품은 품질이 보장된 상태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 실용성과 알뜰함을 동시에 챙기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하구에서 3년째 맞벌이 중인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어버이날 선물로 과하다거나 인색하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실속 소비를 고민했다”며 “마침 중고거래 앱에서 약 10만 원 상당의 홍삼 건강기능식품이 2만 5000원에 올라와 있어 득템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따로 포장용 패키지를 구입해 정성껏 준비하니 선물로 손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여름을 앞두고 옷장을 정리해 중고거래 수익으로 선물비를 보탰다는 사례도 있었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30대 정 모 씨는 “이번에는 안 입는 옷을 처분해서 약 9만 원 정도를 벌었고, 덕분에 부모님 선물 비용의 절반 이상을 충당했다”며 “묵혀두던 옷도 정리하고, 돈도 아껴 더 의미 있는 소비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정의 달 소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면서,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소비 방식 전반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영도구에 거주하는 40대 김 모 씨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 날 까지 5월에는 지갑이 쉴 틈 없이 열릴 것 같아 이번 달만큼은 계획적으로 소비하기로 마음먹었다”며 “가계부 앱을 열어 최근 2년간 5월 평균 소비 내역을 확인하고 줄일 수 있는 항목들은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장난감은 2개에서 1개로, 외식은 5번에서 3번으로 줄였는데, 단순한 소비량 조절이 아니라 소비 태도와 패턴을 바꾸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1일 발표한 ‘가정의 달 맞이 농식품 소비 행태 변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5월에도 평소와 비슷하게 소비하겠다”고 답했다. 외식이나 선물 등 지출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