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들에게 21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특정 정당의 임명장(사진)이 무작위로 발송됐다. 정치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제기함과 동시에 강력 반발했고, 해당 정당 측은 발송 사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21일 부산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부산 지역 초중고 교사 다수가 ‘제21대 대선 국민의힘 임명장’이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OOO님 안녕하십니까.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와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실명과 함께 포함됐다. 문자 하단에는 ‘임명장 보기’ 링크도 첨부됐다. 이를 누르면 ‘희망교육네트워크 교육특보에 임명함’이라는 내용의 임명장 이미지가 나타난다. 수신인의 이름, 연락처, 직업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점에서 정당 측이 교사의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 교사들이 같은 메시지를 수신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자를 받은 부산의 한 교사는 “현행법상 교사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며 그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며 “참여한 적도 없는데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당황스럽고, 괜한 오해를 살까 두렵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특정 정당이 전국 교원에게 교육특보 등의 임명장을 문자로 일방 발송했다”며 “교총은 회원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해당 정당에 개인정보 즉각 삭제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교사에게 동의 없이 임명장을 보낸 것은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교사들의 정보가 어떻게 해당 정당으로 넘어갔는지 수사 당국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문자 발송 사실을 인정하며 “사전 동의 없이 문자가 발송돼 불편을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임명 추천을 위해 휴대전화번호를 제공한 인사는 모든 당직에서 해촉했으며, 해당 개인정보는 전량 폐기했다”면서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임명 절차를 철저히 관리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