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이 2주도 남지 않은 국면에서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 PK(부산·울산·경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PK는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등 보수 텃밭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외연 확장을,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PK 승리가 절실해지면서 향후 지역 민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대 대선 이재명 후보는 PK 지역 득표율이 38.21%(부산 38.15%·울산 40.79%·경남 37.38%), 윤석열 전 대통령은 57.69%(부산 58.25%·울산 54.41%·경남 58.24%)로 윤 전 대통령이 19.48%포인트(P) 차로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게 총득표율에서 불과 0.73%P 차로 석패했으나 PK에서는 20%P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이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에서 PK 지지율이 이재명 후보가 41%, 김문수 후보가 39%, 이준석 후보가 6%였다.
12·3 불법 계엄과 탄핵, 한덕수 전 국무총리 후보 교체 내홍 등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PK 지역 보수 지지층 결집도가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 찬성 여론도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모습에서도 보수층이 실망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들어 ‘원팀’ 구성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지지율 반전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의원을 영입하고 개혁신당 허은아 전 대표가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중도 보수로 영역 확장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현재 여론조사 수치에 잡히지 않았던 ‘샤이 보수층’이 결집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에 민주당 역시 막판 보수 결집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 내부에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는 ‘낙승’ ‘압승’ 등의 발언을 금지토록 하는 등 오만 경계령을 내린 상태다.
앞서 민주당은 부산에서 지난 4·10 총선과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적이 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접전을 벌이거나 우위를 보여 부산에서 승리를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막판 전통적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보수 지지세 강한 PK 등 영남권을 중심으로 지지층 결집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행정부는 물론 입법 권력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 선거 막판까지 유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PK 민심의 향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번 대선의 승패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국민의힘의 압도적 우세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18개 의석 가운데 17석을 차지했다. 부산 16개 구·군 지자체장 중 민주당 소속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보수세가 강한 PK에서 이례적으로 성과를 낸다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치열해질 수 있어,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의 득표율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6.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