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를 13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민의힘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윤 전 대통령의 등장은 극우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중도층 확장을 노려온 당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문수 후보도 윤 전 대통령과의 선을 명확히 긋지 못한 채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2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시사회에 참석해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이영돈 감독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전 씨는 “제가 윤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 윤 전 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관람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거리두기에 나섰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미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그의 일정에 대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도 “논평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같은 날 김 후보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어떤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히 일소하겠다”며 “대한민국 선거가 공정하게 돼야 한다.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고양시 ‘청년 농업인 간담회’ 현장에서는 “이런 영화 보셨다고 표 떨어진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이후에도 윤 전 대통령과 부정선거론, 그 어느 쪽과도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모습이다.
윤 전 대통령의 등판에 친한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비판도 이어졌다. 조경태 부산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SNS에 “결국 이재명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을 자처하겠다는 것이냐”며 “본인 때문에 조기 대선을 치르게 된 마당에 반성은커녕 뻔뻔하게 구는 모습이 한심하다. 자중하라”고 비판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윤석열, 다시 구속시켜야 한다”며 “자통당(자유통일당), 우공당(우리공화당), 윤어게인, 스톱더스틸 세력이 당을 놀이터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자통당, 우공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자멸”이라며 “극우 세력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로 극우 세력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하던 국민의힘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김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혼란이 감지된다. 김 후보가 부정선거론과의 관계를 명확히 끊지 못하면서, 당내 혼선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의 등장은 당의 중도 확장 전략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