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부산시교육청 산하에서 두 건의 공금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피해 금액이 1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서무직 공무원이 예산 집행을 조작했고, 결재 권한을 가진 관리자들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 일탈과 부실한 내부 통제가 맞물리며 유사한 횡령 사건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교육청 회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은 서부교육지원청 소속 7급 지방공무원 A 씨가 약 2억 700만 원의 학교 예산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10일 경찰에 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부산 사하구의 한 중학교 행정실에서 서무 업무를 맡으며 지난해 3월부터 올 3월까지 상품권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횡령 사실은 해당 학교 행정실장이 내부 결재 문서와 직인 사용 내역을 점검하던 중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서 드러났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즉시 조사에 착수해 허위 지출 문서와 결재 누락을 확인했고, A 씨는 직위 해제됐다. 시교육청은 별도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A 씨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1년 가까이 서무가 예산을 빼돌리는 동안 결재권자의 감독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서무직이 예산을 단독으로 처리했고, 결재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견제 장치는 무력화됐다. 한 학교 관계자는 “서무가 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할 수는 없다. 결재권자가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한 결과이며 단순한 징계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며 “학교 행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최근 드러난 또 다른 횡령 사건과 함께 교육청 회계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다시금 드러냈다. 시교육청은 해운대교육지원청 소속 지방공무원 B 씨가 약 8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부산일보 5월 21일 자 8면 보도)로 조사를 벌여 지난 22일 경찰에 고발했다. B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예산을 빼돌렸고, 대부분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두 사건의 피해 금액은 총 10억 원을 넘는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시교육청으로부터 두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각각 접수해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22일부터, 사하경찰서는 지난달 10일부터 수사에 착수했다”며 “다만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사건 모두 서무직 공무원이 예산 실무를 사실상 전담했고, 상급 관리자들은 이를 제대로 감시하거나 제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관리 책임 부재를 인정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관리자가 예산 집행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엄연히 존재했지만, 이 책임을 제대로 다하지 않아 범행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한 점이 사건의 원인”이라며 “횡령을 저지른 당사자뿐 아니라, 관리자에 대해서도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