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반갑다 친구야. 부산 함 놀러 온나.” 서울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부산 여행을 권했다. 나도 그렇고, 친구도 그리 생각했겠지만 으레 하는 인사였다.
인사치레 대화는 살면서 시시때때로 하게 된다. 그래서 꼭 밥을 먹고 싶은 반가운 사람에게는 “밥 함 먹읍시다”고 해 놓고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약속을 정한다. 아 물론 그렇게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정말 순식간의 만남이거나, 볼일이 급해서 그런 것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나, 형식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매번 다짐하지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제부터는 마음에 없는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부산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짠했는데, 마침 부산에 오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부산을 제대로 소개할 좋은 수단이 최근 생겼다. 〈부산일보〉가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부산ON나(onna.busan.com)’ 웹 플랫폼이다.
5월 19일 전격 선을 보인 ‘부산ON(온)나’는 부산을 맛보고 즐기는 다섯 가지 신통방통한 코너로 이루어졌다. 부산의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과 밀면 맛집 등을 소개한 △부산 무봤나(먹어 보았나), 부산의 핫플과 역사적 명소를 소개한 △부산 가봤나, 부일시네마에서 엄선해 상영한 작품과 뉴스레터 경건한 주말에서 다룬 명작 영화를 소개하는 △라이프플러스, 그리고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연극, 음악 공연과 전시회나 강연의 티켓을 공유하는 △해피존플러스, 부산의 진산 금정산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금정산 등 다섯 가지 메뉴다.
부산온나에 오시면, 우선 깔끔한 부산밀면으로 입가심 한 뒤에 무료 공연 함 보고, 금정산 나들이 갔다가, 해운대 장산도 구경하고, 쌍둥이돼지국밥으로 배를 채운 뒤 부슐랭 맛집에서 느긋하게 술 한잔 하시는 웹 서핑이 가능하다. 그러다가 부산의 맛이 정말 그리우면 부산행 열차를 타자.
사실 ‘부산온나’는 2년의 긴 산고를 겪었다. 고민의 지점은 ‘어떻게 하면 지역이 중심이 되는 장을 만들 것인가’였다. 세계전도를 거꾸로 돌려서 사무실에 걸어 놓은 한 지역 인사의 이야기에서도 모티브를 얻었다. 이분에게 부산은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작점이자 중심이다. 그 자신감으로 부산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부산에 관심을 가질까? 여전히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있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여객선 안에서 부산 출신 멋진 선장님이 알려주신 “지구는 다시 보면 지구가 아니라 수구다. 지구 표면적의 70%가 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란 말을 떠올리며 한 번 더 용기를 얻었다. 부산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라는 것은 역발상이 아니라 또 다른 해석이고 새로운 시각이다. 그래 부산이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부산’에 천착해서인지 즐겨 보는 유튜브에서도 알고리즘으로 응답했다. 어느 때부터 유튜브를 열면 부산이 수도인 개그 프로그램이 올라온다. 잠시 내용을 소개한다. 설정은 부산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부산특별시에 있는 한 방송국 면접시험장. 서울 사투리를 쓰는 입사 지원자가 면접을 본다. 면접관이 이야기한다. “집이 어디요?” “예 서울에서 온 00입니다.” 면접관이 면박을 준다 “아따 아나운서 지망자가 서울 사투리가 너무 심하네”라고 한 뒤 다음 질문에서 최종 학력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이에 지원자가 서울대 나왔다고 하자 면접관은 “에헤이 지방대 나왔네”라고 또 무시한다. 결국 그 아나운서 지망생은 심한 서울 사투리로 인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물론 개그는 개그일 뿐 너무 심각해지진 말자. 부산에 천착하는 한 구독자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알아챈 유튜브의 섬뜩한 알고리즘이 11년 전 웃찾사의 ‘부산특별시’ 개그를 떡하니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서울보다 부산이 낫다거나 서울을 이기는 부산, 서울보다 우위인 부산을 지향하기 위해 ‘부산온나’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지역성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오래된 명제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지역(성)은 존귀하다. 부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맛 보고, 즐기고, 느껴 보시라. 〈부산일보〉는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는 대표 언론이다. 우리는 우리다움, 부산다움을 지키고 가꿀 의무가 있다. 또 부산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부산을 제대로 소개할 책무가 있다. ‘부산온나’ 웹 플랫폼에서 날것 그대로의 부산을 맘껏 즐기시라. 그러다가 부산이 그리우면 이 남쪽의 아름다운 도시로 직접 찾아오시라.
“참 서울 친구야 ‘부산온나’ 들어와서 단디 보고 묵고 싶은 거 있으면 담에 사 줄게 꼭 와야댄데이.” 그리고 여러분 〈부산일보〉 구독, 좋아요도 꼭 부탁해요.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