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기준금리 인하, 경제성장률 반토막에 경고등 켰다

입력 : 2025-05-30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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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심각한 저성장 위기에 봉착
새 정부 발 빠른 총력 대응·리더십 절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9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치에서 무려 0.7%포인트(p)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새로 제시한 전망치(0.8%)와 같은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개월 만에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무척 충격적이다. 한국 경제가 심각한 저성장 위기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한은은 같은 날 기준금리도 연 2.75%에서 2.50%로 0.25%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에 이은 인하 결정이다. 한은은 추가적인 인하도 시사했다.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0.7%p 이상 조정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지난 2020년 8월 그해 전망치를 -0.2%에서 -1.3%로 1.1%p 낮춘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2년 연속으로 1% 안팎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하고 미국 상호관세가 유예 기간 후 절반 정도 다시 높아질 경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7%, 1.2%로 현재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는 현재 심각한 내수와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320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4% 줄었다. 특히 대미 수출은 14.6%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도 6.3% 감소하는 등 미국 관세 부과 조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도 중국의 거센 추격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제조업의 상당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었다는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 위기는 단순한 경기 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 구조 개혁을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국민 대다수는 이미 암울한 경제 상황을 절감하고 있다. 빈 점포가 속출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며 아우성이다.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이 절실하다. 더욱이 지난해 12·3 사태 때문에 대통령 공백 상태도 장기화됐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6월 3일 조기 대선으로 들어서는 새 정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적극적 경기 부양과 사업 경쟁력 고도화를 통해 저성장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야 한다. 미래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첨단산업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이번 금리 인하 조치로 통화 완화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차기 정부의 발 빠른 총력 대응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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