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언급 없는 이재명… 부산 공약 진정성 있나

입력 : 2025-05-30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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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현장서 강조… 최종 공약집엔 빠져
말뿐인 약속 안 돼 반드시 '명문화' 해야

가덕신공항 건설 공사의 밑그림이 곧 완성된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가덕신공항 건설 공사의 밑그림이 곧 완성된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6·3 대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부산 시민의 눈에 비친 대선 후보들의 지역 공약은 실망과 불신을 자아내고 있다.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여기는 지역 최대 현안은 단연 가덕신공항이다. 이 사업은 단순한 공항 건설을 넘어 부산의 산업 지형을 재편하고 국가 물류 전략을 강화하며 동북아시아 허브 도시로의 도약을 가능케 하는 국가 전략 인프라다. 한데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최종 공약집에는 정작 이 중대한 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이쯤 되면 이 후보의 부산 지역 공약에 대한 진정성에 깊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는 그간 유세에서 ‘북극항로 선도 육해공 트라이포트 육성’을 강조하며 부산을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정작 그 트라이포트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가덕신공항에 대한 언급이 공약집에서 빠져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덕신공항은 윤석열 정부하에서도 특별법 제정, 기본계획 수립 등이 진행되었고 여야를 막론하고 오랜 기간 부산 민심과 정치권이 함께 지켜온 사업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로드맵에서 배제하는 것은 부산 민심을 그저 선거 때만 이용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것이야말로 지역 민심을 향한 무책임한 태도다.

공약집에서 빠진 건 가덕신공항만이 아니다. HMM 본사 부산 이전과 해사법원 설립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민주당은 “HMM은 100대 기업 유치에, 해사법원은 해수부 이전에 포함됐다”고 해명하지만 이 중요한 공약이 구체적 문구 없이 세부 항목에 담겼다는 설명만으론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는 부산을 동북아 물류·교통 허브로 만들겠다며 가덕신공항의 ‘신속 추진’을 공약집에 담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물론 사업 단계나 예산 계획조차 빠져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 또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공약집에는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

부산은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중심지다. 가덕신공항 건립, HMM과 같은 대형 해운기업의 본사 유치, 해사전문 법원의 설치는 단순한 인프라 하나 구축하거나 기관 하나 유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부산 산업 지도의 재편과 국가 전략 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핵심 키워드다. 이런 중대한 사업이자 시민의 삶을 좌우할 정책이 말뿐인 약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부산은 과거 수차례의 대선과 총선에서 중앙 정치권의 말뿐인 약속에 번번이 속은 경험이 있다. 그런 부산 시민 앞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집에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 누락됐다는 사실은 지역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부산 시민은 ‘말이 아니라 책임 있는 명문화’로 대선 후보를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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