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미 중국산 저가 공세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국내 철강 업계가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앞날이 더 깜깜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대미 통상 협상 성과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자국으로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키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25%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지만 미국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서 버틸 순 있었다”면서도 “50%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사실상 수출 자체가 막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강 제품의 대미 수출 비중은 1위(13.06%)로, 일본(11.45%), 중국(9.95%), 인도(8.01%), 멕시코(7.55%)를 앞섰다. 미국은 한국 철강업계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주요 시장인 것이다.
트럼프 2기는 이미 지난 3월 12일(현지시간)부터 모든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부과했고 한국의 철강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관세 부과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달 철강 수출은 20.6% 감소했다.
철강업계는 이미 중국발 저가 공세에서 비롯된 공급 과잉과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추락하는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영업이익이 56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같은기간 현대제철은 영업손실 19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동국제강도 영업이익이 91.9% 급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조치가 결국 외국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충격요법’인 만큼 새 정부의 역할이 크다고 기대한다. 이미 한국 철강 업계 1·2위인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은 8조 5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 제철소 건설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일관제철소는 2029년이 돼야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정국이 혼란하다 보니 그간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한 통상 협상이 힘을 받지 못한 모습이었다”며 “새로운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고 업계도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