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가 발주한 45억 원짜리 소규모 공공 공사 입찰에 250곳에 가까운 지역 중소 건설사들이 무더기로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본전치기 했으면 잘했다’고 하는 게 공공 발주 공사지만, 당장 현금이 돌아야 문 닫는 걸 피할 수 있기에 일감 절벽에 내몰린 중소 건설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10일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지난달 실시한 ‘샛디산복마을 탐방 플랫폼 건립공사’ 입찰에 245곳의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했다. 공사비 45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서구 남부민동 50-471 일원에 등산객을 위한 편의시설과 전망대, 게스트하우스 6실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부산도시공사는 이번 입찰에서 극도로 침체한 지역 건설 경기를 고려해 단독계약, 공동이행 방식, 주계약자 관리 방식 중 입찰 참가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공동이행 방식은 사업에 참여하고는 싶으나 실적이 부족한 업체가 공동 도급 형태로 입찰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 같은 형태로 입찰에 참여한 지역 소규모 건설사까지 합하면 실제 업체 수는 400~500개에 달할 수도 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사업처럼 40억~50억 원 규모의 소규모 공공 사업에는 통상 100곳 내외의 지역 업체가 입찰에 나서곤 했다. 게다가 샛디산복마을 탐방플랫폼 사업 대상지는 경사로가 가파른 탓에 현장 진입이 어려워 공사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4~5년 전 지역 건설 경기가 좋았던 때라면, 이윤을 크게 남기기 어려운 이런 소규모 공사에는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1~3월 건축물(주거, 상업, 공업 등) 착공 면적은 104만 7000㎡로 전년 대비 19.6% 감소했다. 작년 역시 업계 상황이 매우 열악했던 점을 고려하면, 더 이상 물량이 감소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착공 등 실적이 줄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 역시 74.3으로 전월 대비 0.5포인트 감소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의 한 중소 건설업체 대표는 “공공이 발주하는 사업 대부분이 공사비가 현실화되지 않았고 공사 기간도 빠듯해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면서도 “이런 공공 발주마저 따내지 못하면 현금이 돌지 않아 당장 직원들 월급 걱정부터 해야 할 판국이다. 생존을 위해 마지못해 입찰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소 건설사 대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여전히 지역 건설 경기 활성화 방안에 대한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라며 “건설업은 지역 경제의 실핏줄과도 같다. 혈관이 완전히 막히기 전에 경기를 띄워줄 부양책이 발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업 대상지가 고지대, 급경사지인 점을 감안해 입찰 전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지역 건설사를 배려한 이번 입찰을 통해 침체된 건설 경기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샛디산복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천마산 기슭을 따라 집을 지으면서 산복도로 고지대에 형성된 주거지다. 도시공사가 서구청을 대행해 추진하는 공사로, 샛디산복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이다. 샛디산복마을 탐방 플랫폼은 부지 3088㎡에 연면적 655㎡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