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학생의원들이 지역 의회 본회의장에서 실제 의원처럼 교육 안건을 상정하고 토론하며 민주주의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이들은 급식 잔반을 줄이기 위한 ‘선 표시 급식판’ 도입과 스쿨존 벽화 조성 등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부산시교육청은 학생들 제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0일 오후 3시 부산진구의회 본회의장에서 ‘2025년 학생의회 제1회 정례회’를 열었다. 이번 회의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의원 50여 명이 참석해 실제 의회 운영 과정을 그대로 재현했다.
본회의에는 △문화예술체육 △환경 △디지털미디어 △생활·인권 등 4개 분과에서 총 12건의 정책 안건이 상정됐으며, 이 중 7건이 출석 의원의 찬성 과반을 얻어 가결됐다.
이들 안건은 교육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이 일상에서 경험한 문제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직접 안건을 제안하고, 토론과 표결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다듬어졌다. 학교 급식 잔반 감소를 위해 자신이 먹을 양을 선으로 표시한 ‘선 표시 급식판’을 도입하거나, 부산의 낙후지역 혹은 스쿨존에 학생들이 직접 벽화 그리기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등 구체적인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가결된 안건은 △부산 거리 벽화그리기 학생 참여(사직여중 전윤채) △업사이클링 정원 조성(용인고 서준원) △학교 급식 잔반 감소를 위한 실천 방안(학산여고 우아영) △학생 메니페스토 실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동일중앙초 임시현) △학교 및 교육청 행정사항에 대한 학생 의견 수렴 강화 △공정한 교육을 위한 서술형 평가 구조 개선(연제고 배현경) △부산시 학생 의견함 설치(용인고 진수찬) 등이다.
최종 의결된 안건들은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생 자치 및 참여 지원위원회’에 제출되며, 자문과 검토를 거쳐 향후 교육정책 수립에 반영될 수 있도록 추진된다.
정례회 이후 학생의원들은 김석준 부산시교육감과 함께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김 교육감은 학생들이 심의한 정책 내용을 함께 검토하며, 시교육청 차원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김 교육감은 “학생의회 활동을 통해 민주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역량을 기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학생의회는 ‘부산시교육청 학생 자치 및 참여 활성화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20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학생들이 교육정책에 참여하고 민주주의의 원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공식 학생 자치기구다. 연 2회 정례회를 통해 정책 제안과 의사결정 과정을 경험하며,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될 수 있다.
올해 6기 학생의회는 지난 5월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개방직과 당연직 학생의원으로 구성된 총 60여 명의 학생의원은 연말까지 분과별 정책 개발, 의장단 선출, 워크숍 등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