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에 희비 엇갈리는 통신사들

입력 : 2025-06-11 13:36:00 수정 : 2025-06-11 16: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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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 합병 주도…SKT 간접 수혜 전망
합병 비판하던 KT, IPTV 주도권 상실 우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SK텔레콤과 KT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웨이브 드라마 ‘원: 하이스쿨히어로즈’ 제작발표회 모습. 연합뉴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이 본격화되면서 SK텔레콤과 KT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웨이브 드라마 ‘원: 하이스쿨히어로즈’ 제작발표회 모습.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회사명 콘텐츠웨이브)의 기업 결합 신고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국내 OTT 시장 점유율 현황. 공정위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회사명 콘텐츠웨이브)의 기업 결합 신고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국내 OTT 시장 점유율 현황. 공정위 제공.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SK텔레콤과 KT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합병을 주도한 SK텔레콤은 CJ ENM과의 콘텐츠 협력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반면 티빙 2대 주주로서 합병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KT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 주주가치 보호 방안을 찾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회사명 콘텐츠웨이브)의 기업 결합 신고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OTT 양대 강자의 합병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하면 단순 합산 점유율에서 넷플릭스와 유사한 거대 토종 OTT가 탄생하게 된다.

지상파 방송 3사가 주축이 돼 만든 웨이브는 현재 SK스퀘어 계열사다. 웨이브는 KBS, SBS, MBC가 각각 지분 19.83%씩을 보유하고 있으며, SK스퀘어는 지분 36.68%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SK스퀘어와 CJ ENM이 2500억 원을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하면서 향후 지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티빙은 CJ ENM이 최대 주주인 CJ ENM 계열사로 KT스튜디오지니가 2대 주주다. JC파트너스, 네이버 등도 지분을 갖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은 SK스퀘어와 CJ ENM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양사 최대 주주가 ‘국내 1등 OTT’를 만들어 넷플릭스 등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으로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하나증권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티빙과 웨이브의 임원 겸임 기업결합심사가 2026년 12월 31일까지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부로 승인됐다”면서 “합병 후 국내 가입자 수 기준으로 넷플릭스(월간활성이용자 1451만 명)에 이어 2위(합산 1128만 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합병으로) 가입자는 증가하고 제작비는 절감되는 등 높은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도 K컬처글로벌 브랜드화를 목표로 하는 적극적인 지원을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제작사인 CJ ENM과 SK그룹 계열사인 SK스퀘어가 통합 OTT를 이끌게 되면서 SK텔레콤도 간접적인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통신사들은 OTT 결합 이동전화 요금제, 인터넷TV(IPTV) 콘텐츠 제휴 등에 경쟁적으로 나선 상태다. 통합 OTT가 통신사들과 전략적 협력에 나설 경우 SK텔레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티빙·웨이브 합병과 관련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 SK 소속회사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IPTV 사업을 영위하면서 OTT 동영상 서비스와 이동통신 서비스, IPTV 서비스 등을 결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혼합결합’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다만 공정위는 “SK 소속회사가 OTT 서비스와 이동통신, 유료방송 서비스 간 결합 판매를 통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할 우려가 낮다”고 판단했다. “경쟁 OTT 사업자가 KT, LG유플러스, 네이버 등 다른 사업자와 제휴해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고,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에 대해 티빙이나 웨이브 등의 특정 OTT 제휴 상품 가입을 강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KT는 웨이브와 티빙 합병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티빙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는 그동안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KT의 김채희 미디어부문장은 지난 4월 기자간담회에서 양사 합병에 대해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티빙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KT로서는 지상파 콘텐츠를 보유한 거대 OTT의 등장이 자사 IPTV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을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KT는 11일에도 티빙·웨이브 합병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에선 “SK텔레콤이 주도하는 합병에 끌려 들어간 KT로서는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등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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