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깊은 수렁에 빠진 국민의힘 쇄신의 힘 필요한 때

입력 : 2025-06-13 05:10: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해체 수준 혁신 거부 땐 공멸 불가피
'건강한 야당' 107석 준 주권자 명령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4선 김도읍 의원의 원내대표 선거 불출마는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의 한계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김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데다 신망이 두터운 점 때문에 주변의 출마 권유가 이어졌다. 하지만 김 의원이 출마를 고사한 이유는 친윤(친윤석열)과 친한(친한동훈)으로 쪼개진 당의 내분이 악화일로를 치달아 중재자가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로 원내대표 후보는 TK 3선 송언석·수도권 3선 김성원 의원으로 압축됐다. 두 의원은 특정 계파를 대표하는 출마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당 안팎에서는 결국 원내대표 선거전이 지역·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한다.

국힘은 총선과 대선을 연패했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책임지고, 반성하고, 변화하려고 몸부림을 쳤어야 한다. 게다가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령을 발동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까지 내려졌다. 국민의 심판, 법원의 단죄를 받은 정당이라면 뼈를 깎는 쇄신책을 내놓고 당 재건에 온 힘을 기울였어야 한다. 하지만 국힘은 상식을 거부했다. 당내 주류 세력은 오로지 당권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에 머뭇대는 것도 당내 기득권 유지가 최우선인 탓이다. 그 결과 환골탈태 대신 이전투구에 골몰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이 언제까지 이런 볼썽사나운 다툼을 봐야 하나.

11일 열린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당이 해체 수준까지 각오하고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당내 주류는 과거와 단절하는 쇄신책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당 쇄신안이 의제였던 11일 의원총회가 불발된 것이 그 실례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 시작 40분 전에 취소를 공지했다. 당 개혁의 주체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16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여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김 위원장의 5대 개혁안에 힘이 실리는 것을 막은 것으로 해석된다. 쇄신책을 논의할 의총조차 열리지 못하는 사이 제1 야당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 국민은 국힘 당권의 향방에 관심이 없다. 다만, 국힘에 주문하는 건 제대로 된 야당의 역할이다. 건강한 야당이 존재해야 집권 여당의 독주를 막고, 정부 권력의 남용을 감시할 수 있다. 하지만 국힘은 계파 이권 다툼만 무한정 반복하면서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 오죽했으면 국힘을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당 해산’을 언급하며 조롱했겠는가.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으면 진짜 ‘해체’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다. 정당은 존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다. 국힘에 107석을 준 주권자의 명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국힘의 쇄신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