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갑자기 짜증내거나 몸 아프고 불안해한다면

입력 : 2025-06-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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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우울증
우울증 진단 아동·청소년 급증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은 낮아
건강한 성장 위한 치료 ‘첫걸음’
가족치료·학교 내 협력도 중요

우울증은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만 7~18세 소아·청소년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아동·청소년의 정서적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개입이 늦을수록 성인기 우울증 유발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나병원 제공 우울증은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만 7~18세 소아·청소년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아동·청소년의 정서적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개입이 늦을수록 성인기 우울증 유발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나병원 제공

초등학교 입학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노출되는 환경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다. 신체활동을 즐길 시간조차 없이 공부에 매몰된 아이들, 과연 행복할까.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취미활동이 줄고 대인관계가 어색해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체 징후 놓치지 말아야

과거에는 우울증이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만 7~18세 소아·청소년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실제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를 받은 아동·청소년은 5년 전에 비해 70% 이상 늘었다.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보면 만 7~12세의 우울증 증가율은 120% 가량으로, 같은 기간 전체 연령층의 우울증 증가율(38%)을 크게 웃돈다. 아동·청소년 우울증 비율은 성인보다는 낮지만 증가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사실이다.

이처럼 아동·청소년의 우울증 증가는 심각한 수준이지만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6.6%(소아 7.8%, 청소년 5.6%)에 불과하다.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것은 정신과적 이력이 자녀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전문가 상담을 꺼리기 때문이다. 부모의 인식이 부족한 경우에는 우울증상을 일시적인 기분변화나 사춘기로 치부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기도 한다. 서 진료부장은 “아동·청소년의 정서적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개입이 늦을수록 성인기 우울증 유발가능성도 높아지고, 당뇨·고혈압 등 신체질환 발생율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만 7~12세 아동의 감성은 섬세하다. 소아우울증 진단을 위해선 이들의 기질, 취약성, 인지정서 발달수준, 가정환경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야 한다. 진단기준은 성인과 유사하다. 우울한 기분, 흥미 저하, 수면장애, 식욕 변화, 집중력 저하, 무기력, 슬퍼 보이는 얼굴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생활에 현저한 지장을 줄 때 주요 우울증으로 진단된다.

소아는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다보니 짜증을 내고, 공격성도 보이게 되는데 성인 우울증 기준에 추가해 이러한 증상도 주요 소아우울증 진단기준에 포함한다. 충동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을 하거나 게으르게 보이는 것도 실제는 우울증으로 인한 정서장애가 생겨 나타나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복통, 두통과 같은 신체적 호소와 함께 등교 거부 등 병이 아닌 것으로 위장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다. 불안장애, ADHD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기도 하는 만큼 전문가의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하다. 서 진료부장은 “소아우울증은 명백한 정신질환이기에 ‘그냥 좋아지겠지’라고 판단해 놔두면 정서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선별검사를 통해서 정신건강을 조기에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 상담을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첫걸음이 된다”고 조언했다.

 

우울증은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만 7~18세 소아·청소년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아동·청소년의 정서적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개입이 늦을수록 성인기 우울증 유발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나병원 제공 우울증은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만 7~18세 소아·청소년에게도 흔히 나타난다. 가나병원 서민효 진료부장은 “아동·청소년의 정서적 문제에 대한 전문가적 개입이 늦을수록 성인기 우울증 유발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가나병원 제공

■일상기능 회복·재발방지 초점

소아우울증은 원인에 따라 다양한 치료가 뒤따른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관련돼 있으며, 가족 내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 증가한다. 이러한 경우 약물치료가 이루어지고 약물치료 반응이 적은 경우 전기경련치료, 광선치료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심리적으로는 낮은 자존감, 부정적인 사고 경향, 스트레스 대처 능력 부족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이혼, 학교 폭력, 학업 스트레스, 친구 관계 문제 등 사회적 요인도 중요한 촉발 요인이다. 이러한 경우 대인관계중심치료, 가족치료, 사회기술훈련, 부모의 불안정한 정서나 부적절한 양육환경 등에 관한 교육 등을 실시하여 긍정적 정서를 갖도록 하는 심리사회적 치료가 이뤄진다.

하지만 소아우울증 대부분은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아동의 생물학적 기질, 유전적 취약성, 인지·정서 발달 수준, 가정환경 등을 충분히 평가한 후에 치료를 시작한다. 서 진료부장은 “치료의 일차적 목표는 증상을 완화시켜 일상 기능을 회복하는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증상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며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언어적 소통이 어려운 소아의 경우 놀이치료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우울증 아동에서 발견되는 인지적 왜곡, 부정적 자동 사고를 인식하고 보다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사고로 대체하도록 돕는다. 가족치료와 학교 내 협력도 중요하다. 부모에게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도와 양육태도를 개선하도록 하고, 교사의 지원으로 학교생활에 적응을 돕는 것도 성공적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상이 심할 경우 약물치료도 필요하다. 심리사회적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할 때 가장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급성기 약물 치료의 기간은 8~12주이며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에도 재발 방지를 위해 6~12개월의 치료를 권장한다. 서 진료부장은 “우울증 초기의 심각도와 우울증 재발 횟수에 따라 치료법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발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모니터링과 다양한 치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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