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과 시민 등 유동 인구가 많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출구 주변이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한 노인이 자신이 수집한 폐지 등 폐기물 등을 모으면서 벌어진 일인데, 이를 단속해야 하는 구청은 몇 달째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1번 출구. 엘리베이터 주변 보도블록 위로 박스와 비닐, 스티로폼, 끈 등 온갖 재활용품과 폐기물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버려진 마대에는 폐기물이 가득했고 군데군데 음료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컵 등 생활 쓰레기도 쉽게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 승강장 벽면에 붙은 ‘쓰레기 무단 투기 금지’ 경고문이 무색했다.
이곳은 최근 중앙선과 동해선 등 전국을 잇는 철도 노선이 개통하면서 관광객들의 방문이 급증한 국가철도 부전역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도 채 떨어지지 않았다. 부전역에서 내린 뒤 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들은 곧바로 쓰레기장과 마주하는 셈이다.
이날 부전역을 통해 부산에 갓 도착한 여행객 최 모(28·서울 성동구) 씨는 “부전역 주변은 부산에서도 번화가라고 들었는데 버려진 쓰레기들이 보기 좋지 않다”며 “환경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이곳이 도심 속 쓰레기장으로 변한 것은 벌써 수개월째다. 인근에서 쓰레기와 폐지 등을 이곳에 모아 판매하는 70대 남성 A 씨가 등장한 뒤부터다. A 씨는 낮에 일대를 돌며 재활용품과 폐기물을 모아 이곳에 쌓아뒀고, 주변 일부 노점상들도 박스 등을 함께 버리고 있다. 쓰레기가 버려진 곳을 지나는 일부 행인들도 덩달아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을 버리면서 쓰레기는 매일 산더미를 이룬다. A 씨는 매일 새벽 3~4시께 이곳에 나와 재활용품 등을 고물상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리를 점령한 쓰레기를 단속해야 하는 구청은 뾰족한 수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담당자들이 수차례 현장에서 A 씨를 계도하고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날이면 또다시 쓰레기가 쌓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쓰레기들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통행을 방해하고 악취가 심하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진구청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폐지도 개인 소유물로 간주해 수집한 사람의 동의 없이 처분하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른 시일 안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friend@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