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증인 없는 ‘김민석 청문회’…검증 의지 있나

입력 : 2025-06-22 15:56:42 수정 : 2025-06-22 15: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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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인 청문회’ 열리나…여야 책임 공방
국민의힘 “검증 거부”…민주당 “정치 공세”
보이콧 거론한 야당…충돌 장기화 가능성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전환(AX) 연구거점 조성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0일 대구 수성구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전환(AX) 연구거점 조성을 위한 경청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증인 채택 불발로 사상 처음으로 ‘무증인 청문회’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한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고, 민주당은 야당의 정치공세 때문이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책임 공방이 격화되면서 여야 간 충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는 24~25일 열리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2000년 인사청문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증인 없이 진행된다.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서 제출 마감 시한인 지난 20일까지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은 2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검찰이 인사청문회를 사흘 앞두고 후보자의 재산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역대 국무총리 후보자 중 검찰 피의자 신분은 처음일 것”이라며 “증인도 거부하고, 자료 제출도 하지 않는 후보는 청문회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가족과 전처를 뺀 필수 증인 5명만 요청했지만, 민주당과 후보자가 이를 거부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청문회 결과는 이미 나왔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18일까지 논의된 증인·참고인 5인 중 1명을 빼고 새롭게 4명을 요구해 동의하지 않았다”며 “다시 만나 협상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 배준영 간사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과 정치자금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강신성 씨 등 관련 인사들을 증인으로 요청했고, 아들 유학 자금 출처 확인을 위해 전처 김 모 씨도 명단에 올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를 ‘가족을 향한 과도한 정치 공세’로 보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총리 부부 등 전 정부 고위 인사를 포함한 증인 명단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후 국민의힘은 전처를 제외하고 강 씨 등 5명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강 씨만 수용하고 나머지를 거부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청문위원들이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하더니 정작 증인은 부르지 않겠다는 건 사실상 검증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 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이미 범죄자”라며 “증인 신청을 거부하는 건 이틀만 버티면 국무총리가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청문회가 증인 없이 진행되는 데 대해 “청문회에 자료를 충실히 내지 않고, 증인도 안 부르는 건 그냥 막가겠다는 얘기다. 도저히 없을, 초유의 일이 정치권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렇게 무성의하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국무총리 청문회는 처음 본다”고 강조했다.

여러 의혹에 휩싸인 김 후보자는 SNS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그는 친여 성향 유튜브에 출연해 “월·수·금 아침 7시 회의를 하고 8시나 9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칭화대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왔다 갔다 했다”며 학위 취득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아들은 입법 활동을 대학 진학 원서에 활용한 바 없다”, “사적 채무가 있었는데 대출을 받아 전액 상환했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대구에서 인공지능(AI) 업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식품·외식업계 간담회, 외신 기자단 간담회, 장마 대비 점검, 일본 총리 보좌관 면담까지 잇따라 소화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친여 성향 유튜브를 통해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사실상 총리로 인식시키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여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청문회 단독 진행은 물론 인준 절차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향후 추가경정예산안 등 다른 국회 현안과 연계해 여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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