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역사적인 첫 소리가 울리고야 말았다. 2025년 6월 20일! 부산 최초 클래식 전용홀인 부산콘서트홀 개관 공연이 성대히 펼쳐졌다. 이날 정명훈 감독의 지휘로 시작한 APO의 첫 소리와 함께 합창의 마지막 음이 울리는 순간까지 필자는 여러가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평생을 클래식 음악에 전념한 이로서 이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되돌아보면 청년 시절 부산시향 악장 때부터 어느 포럼에서 수영만에 오페라하우스를 세우자고 주장하기를 시작으로 20여 년 전 허남식 부산시장께 클래식 전용홀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기억들과 부산콘서트홀 실시 설계 자문위원으로서 연주자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 애썼던 모든 일들이 정말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필자가 그동안 이처럼 예술공연장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이유는 특히 공연 생산자(예술가)와 소비자(관객)의 만남에 수준 높은 공연장이라는 매개체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는 교육(예비 예술가)의 기능과 함께 유기적 선순환을 촉진한다는 사실에 천착했기 때문이다. 예술공연의 준거(準據)는 좋은 공연장에서 훌륭한 공연을 하는 그 자체이다. 여기에 좋은 관객들까지 풍성하면 금상첨화일 듯하다.
되돌아보면 당시 허원제 국회의원이 발의한 부산시민공원 내 국립극장 유치 운동을 시작으로 개관까지 어언 15년여 세월이 흘렀다. 처음은 대·중·소극장, 야외공연장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공연시설로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었으나 이후 클래식 전용홀 필요성이 부각되며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온전한 국립극장으로 승인되지 못해 국비와 시비가 반반씩 투입되며 예산의 제한 탓에 부대시설 등 규모 축소의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제외되었던 파이프오르간과 무대 자동 리프트 장치 등이 박형준 시장의 결단으로 부활된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과거 2014년 초에 필자가 BSO를 이끌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를 마치고 벅찬 마음으로 "오늘은 저와 BSO가 서울에서 여러분을 뵙지만 이제 곧 여러분이 부산을 찾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라고 멘트를 한 지도 11년이 더 지났다.
부산콘서트홀의 중요한 점들 중 첫째는 모든 관객이 균질한 최상의 자연 음향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빈야드 스타일이라는 특징 덕분에 모두가 연주자를 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파이프오르간을 비롯한 공연장 그 자체가 압도적 몰입감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연주홀은 관객이 만석을 이뤘을 때 최상의 음향이 구현되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산 시민들이 좌석을 가득 채워주는 일이 바로 최상의 음향 조건을 충족시키는 화룡점정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산콘서트홀은 시민의 악기라는 것이다.
부산콘서트홀 시대가 도래한 지금, 조금씩 아쉬운 부분이 왜 없겠냐마는 그런 것들은 차츰 시간을 두고 나아질 것이다. 지금은 좋은 점, 긍정적인 면에 집중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좋든 싫든 부산콘서트홀 시대는 부산 음악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을 야기할 것이다. 우리는 이 변동이 긍정적 결과를 낳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 어림잡아 1년에 20만 명이 관람해도 부산 시민 모두가 한 번씩 관람하는 데 16년 이상 소요된다. 이를 위해 적어도 연간 200회 이상의 공연이 필요한데 결국 수준 높은 콘텐츠의 지속적 공급이 관건이며 이는 오롯이 예술가들의 몫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참에 초대권 문화를 극복해 보기로 한 ‘클래식부산’의 의지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선택적 복지라 했다. 매표 문화의 정착은 만족스러운 문화복지도 누리고 그 결실은 젊은 예술가들의 미래를 활짝 여는 힘이 될 것이다.
부산콘서트홀 탄생을 위해 그동안 애쓰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부산콘서트홀은 앞으로 부산을 넘어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설 것이다. 글로벌스탠더드와 부산의 예술문화 역량이라는 두 지점이 나란히 만날 때 찬란한 결실을 마주할 것이다. 석향장열(碩響長烈)이라 했다. 뛰어난 소리는 길고 강렬하게 이어진다는 뜻이다. 부산의 뛰어난 소리가 멀리멀리 영원히 퍼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