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 경쟁이 4선의 정청래(서울 마포구을), 3선의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질 전망이다. 정 의원이 지난 15일 먼저 당 대표 선거 출마 선언을 했고, 박 의원도 23일 출사표를 던진다. 두 사람 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지만, 새 정권 초기인 만큼 누가 더 ‘찐명’인지 여부에 대한 지지층의 판단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여권에 따르면 박 의원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21일 SNS에 가족들에게 출마 결심을 밝혔다는 사실을 알렸고, 곧이어 공개한 온라인 포스터에는 ‘당원의 부름에 답하겠습니다’라며 출마를 공식화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앞서 지난 15일 당내 처음으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정 의원은 곧바로 지역을 훑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고, 22일에는 강원을 방문하는 등 전국 순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두 사람 다 이재명 당 대표 시절 친명 성향을 앞세워 국회와 당의 요직을 맡았지만, 스타일은 상이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 의원은 야당 의원들에게 독설과 조롱을 불사하는 강경한 성향인 반면, 박 의원은 대야 관계에서 정 의원에 비해 ‘순한’ 편이고 관리형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당 대표 레이스의 쟁점은 직전 원내대표 선거와 마찬가지로 누가 ‘명심’에 더 근접한 후보인지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일부 강성 지지층은 두 사람의 과거 발언 등을 거론하며 ‘수박’ 논쟁에 들어갔다.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명(비이재명)계에 대한 멸칭이지만, 친명 간 경쟁에서는 서로를 공격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특히 경기도지사 시절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발언과 2023년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웃고 있던 모습이 공개된 정 의원이 초반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SNS에 “(웃는 모습은)체포동의안 투표 직전 의원총회에 들어가는 장면”이라며 "저보고 왕수박이라는데 사실이 아니다. 너무 억울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직 궐위로 치러지는 이번 민주당 새 당대표는 오는 8월 2일 임시전당대회에서 선출된다. 당 대표 잔여 임기 1년을 채우게 되는데,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지역별 순회 경선은 다음 달 19일 충청에서 시작해 △20일 영남 △26일 호남 △27일 경기·인천 △8월 2일 서울·강원·제주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선거인단 반영 비율로는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투표 55%, 국민 여론조사 30%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