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극항로 개척과 부산 청년 인재의 꿈!

입력 : 2025-07-13 14:30:52 수정 : 2025-07-13 14: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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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역사적인 명연설 첫 구절이다. 누구에게나 꿈은 그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어쩌면 도시도 마찬가지다. 꿈이 있는 도시는 번영하고 희망이 사라져버린 도시는 쇠퇴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20여 년간 부산은 꿈과 희망이 사라져가는 도시의 길을 걸어왔다. 해마다 3~4만여 명의 인구가 유출되는 도시, 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초고령사회 진입과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이른바 ‘노인과 바다’의 도시가 바로 오늘날 부산의 자화상이다.

누가 뭐래도 부산의 전성기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였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로서 한때 서울보다 많은 100만 인구의 도시로 급팽창을 하였다. 이후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은 공업화의 상징인 ‘경부 성장축’을 근간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다하였다. 이 당시의 부산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이 있는 도시였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부산으로 사람들이 몰려왔고, 청춘남녀의 인재 유입으로 ‘다이내믹 부산’이 되었다. 그러나 부산의 인구는 1995년에 389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부터 지속해서 그 수가 매년 줄어들더니 급기야 현재 328만 명으로 축소되었다. 지난 30년간 무려 60만 명이 유출되었고, 이 가운데 과반은 부산에서 꿈을 찾지 못한 청년 인재들이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부산의 청년실업률은 10%대로 높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도시에 청년 인재의 꿈도 사그라들었다. 과연 부산은 이대로 쇠락의 길을 걸어야만 하는 것일까?

‘궁즉통’이라 했던가. 올해부터 부산은 글로벌 해양물류 허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 실마리는 누가 뭐래도 북극항로 개척이다. 사실 북극항로 개척은 부산만의 기회를 넘어 우리나라가 재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대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지구촌 기후환경 측면에서는 대재앙의 경고장이지만, 그렇다고 녹아버린 북극항로를 다시 얼게 할 수 없다면 잘 활용할 수밖에 없다. 15~16세기 대항해 시대의 바닷길 개척으로 오늘의 무역항로가 열렸고, 동서양 육로 문명교류의 상징인 실크로드가 작금의 유라시아철도를 열었다. 이제 새롭게 개척되는 북극항로는 지금까지 변방에 머물러 있던 동북아지역이 세계해양물류의 신세계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산이 동북아의 싱가포르로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 수준의 노력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이미 중국 상하이와 닝보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다행히 이재명 정부가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해사법원 신설, 동남투자은행 설립,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신설 등으로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수년 내에 북극항로가 정상화된다면 부산과 그 배후지인 남부권 전체 산업에 미칠 전후방 연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북극항로는 포화상태인 수에즈 운하와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에 대한 대안 항로로서 가치 또한 급증하고 있다.

혹자는 이번 북극항로 개척이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대통령 선거나 지방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부산의 단골 공약(空約)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더구나 아직 연간 4개월 이상 북극항로 운항이 어렵고, 북극항로의 중간 기착 항구가 거의 없어 여전히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미 북극항로는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유라시아판 새로운 대항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 북극항로 개척의 비현실성 문제는 이미 항로 단축과 시베리아지역의 천연가스 등 무한한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만으로도 가성비가 한층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극항로 개척이 부산의 청년 인재에게 미치는 가장 긍정적 효과는 그들에게 부산에서 살아갈 수 있는 미래 비전과 꿈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부산 경제 관련 세미나나 강의를 하면서 부산의 희망찬 미래를 논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극항로 개척으로 머지않아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음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필자는 몇 주 전 이번 학기 종강을 하면서 마무리 발언을 이렇게 하였다. “부산의 청년 인재 여러분! 조만간 북극항로가 열리면 부산은 꿈이 있는 도시로 변모할 것입니다. 이제 기회의 땅이 될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에서 여러분의 꿈을 맘껏 펼쳐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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