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중교통 대표주자인 시내버스의 노선이 크게 개편되면서 대중교통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부산시는 40개 시내버스 노선에 대한 개편에 들어가 다음 달 5일 첫차부터 바뀐 노선에 따라 운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설되는 노선은 6개, 폐지되는 노선은 8개에 이른다. 6개 노선은 조정되고 20개 노선은 변경될 예정이다. 새로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기장과 강서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심과 외곽을 잇는 도시고속형 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것이 개편의 주된 방향이다. 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한 시내버스 노선 개편 용역 결과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교통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대중교통의 변신 방향성을 선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부산지역 인구 이동 추이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교통편이 부족했던 강서구와 기장군의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 혹은 증편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기장군 오시리아 지역에는 수요응답형(DRT) 교통을 기존보다 배 가까이 늘림으로써 기존 대중교통과 연계한 새로운 교통수단의 발빠른 반영도 눈에 띈다. 기술 발달로 앞으로 새로운 교통 환경의 주체로 떠오를 자율주행 간선급행버스(BRT)나 도심항공교통인 UAM·RAM 등과의 연계까지 고려한다면 시가 설정한 새로운 방향성은 일단 긍정적이다.
반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부산시의 철학적인 고민은 이 같은 대중교통 변신 방향성을 따라가지 못 하는 듯해 못내 아쉽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가 2015년 사업비 94억 원을 들여 부산진구 동천로 일대에 마련한 대중교통전용지구다. 도심 자가용 진입을 막고 대중교통 운행을 원활히 함으로써 대중교통 활성화와 유동 인구 증가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며 도입한 이 지구는 BRT 공사에 따른 차량 정체 해소 등을 이유로 4년 넘게 단속도 없이 유명무실 상태로 방치돼 왔다. 당장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는 이유로 확고한 철학 없이 갈팡질팡하다 자가용 운전자와 인근 상인 모두에게 계륵 취급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부산 시내버스는 도입 60여 년에 이르는 대중교통이다. ‘시민의 발’로 불리며 서민들의 이동을 책임져 온 시내버스는 개인 차주의 지입제부터 시작해 법인화와 준공영제까지 공공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2007년 준공영제 도입 이후 최초로 발생한 시내버스 파업 사태에서 보듯 단순히 적자를 재정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다. 모처럼 시내버스 노선 개편으로 대중교통 변신 방향성을 잡은 김에 시가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전면적인 대중교통 체계 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선거 득표에 불리하다며 민선 지자체장마다 이 큰 숙제를 외면하다가는 ‘시민의 발’은 상습적인 발병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