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마지막 탄광

입력 : 2025-06-24 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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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이면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우리나라 마지막 탄광인 강원도 삼척의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는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지난 23일 ‘2025년도 제1차 폐광심의위원회’를 열어 도계광업소를 폐광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석탄공사의 단계적 조기 폐광은 2023년 2월 석탄공사 노사합의를 통해 추진되는 것으로, 2023년 화순광업소, 2024년 장성광업소에 이어 올해 도계광업소(본사 포함 358명)가 문을 닫으면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특히, 장성광업소는 2024년 폐광할 때까지 석탄공사가 생산해온 전체 석탄의 절반인 49%를 차지할 정도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직원 규모도 전성기엔 6000명에 달했다. 이로써 남한엔 국·공영 탄광이 모두 석탄 생산을 중단한다. 유일하게 민영 탄광인 경동상덕광업소만 남는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석탄공사 측에 6월 30일까지 직원 전원 퇴사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공사가 문을 닫고 광해광업공단과 통폐합 시 광해공단으로 고용 승계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1950년 창립해 지난 75년간 대한민국 광산산업의 상징이자 산업화 시대를 이끈 석탄공사가 지난 20일 원주 본사에서 역사적인 마지막 임금협상(2025년도 임금협상)을 타결하며 감동적인 노사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이날 강당은 박수와 눈물, 그리고 아쉬움이 뒤섞인 울림으로 가득찼다. 김규환 석탄공사 사장은 “석탄산업 퇴장이 비록 시대적 변화에 따른 것이지만, 수십 년간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온 광부 여러분의 헌신과 땀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50년대 말부터 연탄 보급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석탄 수요는 급격히 늘었다. 석탄 생산량은 1988년 2429만 5000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등으로 석탄 수요가 급감했다.

정부는 1988년 말 석탄산업 합리화 방안을 수립해 석탄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1995년에 재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탄광 11곳만 이른바 ‘장기가행탄광’으로 선정해 관리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폐광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2020년 석탄 생산은 최대치를 기록했던 1988년과 비교해 96%나 줄었고, 근로자 수는 96%, 운영 중인 탄광 수는 99% 각각 급감했다. 산업부는 석탄공사를 청산해 정부가 약 2조 4600억 원 규모의 부채를 해결하자는 입장이지만 예산 당국인 기재부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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