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택시 기사들이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명목으로 사측에 제기한 임금 소송들에 대해 대법원이 연이어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013년과 2008년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 기준을 맞춘 협정은 유효해도 2018년 같은 방식으로 맺은 협정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부산 택시업계는 2018년 협정도 “탈법이 아닌 정당한 합의”라고 반발하며 “금액이 많지 않아 소송 비용으로 노사 부담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택시 기사 5명이 부산 사상구 A 택시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지난 12일 원고가 패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2018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라고 판단한 부분에만 파기 사유가 있다”면서도 “최저임금 미지급액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해 원심 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근로 시간 단축은 노사 합의 결과라는 원심 판결과는 일부 달라진 셈이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도 택시 기사 22명이 부산 사하구 B 택시회사에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지난달 15일 유사한 판결을 내렸다. 두 재판부 모두 “택시회사의 배차 시간, 사납금과 고정급 수준 등을 보면 2018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 시간과 괴리가 있다고 미루어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에서 택시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2008년 최저임금 특례조항 적용 이후 세 차례 진행됐다. 사납금을 뺀 초과 운송 수입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노사는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법에 맞게 기본급을 맞추기로 합의했다.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6시간 40분에서 2008년 5시간 40분(1인 1차제)과 5시간 20분(2인 1차제), 2013년 4시간 40분과 4시간 20분, 2018년 4시간 ·3시간 40분으로 줄었다. 택시 기사들은 이후 특례조항을 회피하는 탈법이라며 기존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과 미지급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부산 택시업계는 대법원에서 일부 무효 판결이 이어지자 “탈법이 아닌 정당한 합의였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점 이후만 무효로 판단해 택시회사 측에 유리한 판결이라 보지만,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택시 요금 인상과 부산시 행정지도 등에 따라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택시업계는 요금 인상과 콜택시·앱 도입 등으로 사납금 달성 시간이 줄어든 점 등을 고려해 소정근로시간도 줄이게 됐다고 반발했다.
부산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실제 판결에서 지급 명령 금액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소송을 한 기사들도 장기간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기사들이 추가로 소송에 참여해도 비용과 절차에 비해 실익이 거의 없다”며 “기사나 회사 모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 장성호 이사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택시요금 조정에 따른 정당한 노동 조건 변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무분별한 소송 확산은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다”며 “택시회사와 노조가 더 나은 근로 여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