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이 기본설계를 하는 6개월동안 활주로가 들어설 해상에 지반 시추조사를 한 곳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드러났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가 해상 활주로 부지 42곳에 대한 지반 시추조사를 한 뒤 84개월 공기를 제안했는데도, 현대건설이 별도 조사 없이 108개월을 요구하며 계약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이 6개월간 허송세월하면서 가덕신공항 개항이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위기에 처한 셈이다. 현대건설이 이번 사태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김 의원은 이날 박 장관에게 “국토부와 조달청이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페널티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장관도 김 의원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현대건설의 행위가 국가계약법 또는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에 해당되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다. 주무장관으로서 가덕신공항 개항 지연에 대한 유감도 표명했다. 국가계약법상 공공계약 체결 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업체는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수 있고, 지정될 경우 최대 2년간 모든 국가계약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 현대건설이 이에 해당될 경우, 향후 국책사업 입찰에서 제한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가덕신공항은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공기 연장 요구로 수의계약이 무산되면서 지연 위기에 처해 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4월 28일 정부 입찰 조건의 공사 기간 84개월보다 2년을 초과한 108개월을 반영해 기본설계안을 제출했고, 이후 국토부의 보완 요구도 거부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9~10일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제시한 공사 기간(84개월)을 준수하지 못한 현대건설의 기본설계안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올해 가덕신공항 부지조성 예산 5200억 원이 불용 처리될 예정이다. 현대건설의 무책임한 행태가 가덕신공항 건설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 것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남부권 핵심 동력을 마련하는 국책사업이다. 동남권 지역민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가덕신공항 적기 개항의 염원이 좌절된다면 현대건설에 대한 지역민들의 분노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더 기가 찬 사실은 현대건설이 이중적 행보를 보인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을 중도 철회한 현대건설이 최근 부산에서 추진 중인 2500억 원 규모의 벡스코 제3전시장 공사에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뻔뻔한 대기업의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김도읍 의원이 비판한 것처럼 조달청과 국토부가 향후 계약 과정에서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