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나섰다. 청문위원을 정면으로 겨냥한 이례적 공세로, 인사청문회가 ‘청문위원 때리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 의원의 병역 면제 사유까지 쟁점으로 부상하며 여야 간 정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 인사청문위원 채현일 의원은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주진우 의원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며 “당에서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 의원이 후보자를 집요하게 비난하다 마지막에 실수를 했다”며 “‘장롱 속 현금 6억 원’이라는 유튜브 섬네일을 걸고, 페이스북에도 ‘6억 원을 장롱에 쟁여놓았다’는 글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롱 속 현금 6억’, ‘검은돈’ 등은 심한 음해 수준이며, 김 후보자조차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간염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주 의원의 병역 면제 사유를 문제 삼았다. 그는 청문회에서 주 의원의 병역이 거론된 상황을 언급하며 “흥분된 반응은 사실상 자백에 가깝다”며 “본인도 병역 면제가 떳떳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이 1995년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해 재검을 받았고, 간염으로 5급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면서 “문제는 해당 병명이 급성인지 만성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급성 간염은 6개월 이내 회복되는 병이어서 군 면제 사유가 될 수 없고, 당시 규정상으로는 7급 재검 대상에 해당한다”며 “면제를 받았다면 만성 간염이거나 다른 병명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주 의원의 음주 습관도 문제 삼았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간염을 앓았고 지금까지 치료 중이라면 술을 가까이할 수 없다”며 “하지만 주 의원이 술을 좋아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주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자의 감춰왔던 검은돈을 드러내자 온갖 거짓 음해를 당하고 있다”며 민주당과 김 후보자 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그는 “김 후보자가 직접 좌표를 찍고, 형 김민웅(촛불행동), 친구 박선원(미문화원 점거), 강득구(김민석 아들 동아리 법안 받아쓰기 발의)가 선봉에 섰다”며 “저열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주 의원은 병역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고1 때 B형 간염이 발병해 간 조직검사를 받은 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면제 판정을 받았고, 현재까지 32년째 치료 중”이라며 “지금도 서울아산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산 논란에 대해선 “공직 25년간 해마다 재산을 등록하며 투명하게 관리했고, 세금도 33억 2000만 원을 제때 납부했다”며 “김 후보자처럼 길고양이나 배추까지 언급하며 궁색하게 해명해야 할 재산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청문회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는 “청문위원을 향한 공세가 국회 인사청문회의 관행을 허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무위원 등 피청문인이 검증 대상이지만, 청문위원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이쯤 되면 김민석 청문회가 아니라 주진우 청문회”라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청문위원 흔들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