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허들’ 낮춘 김민석… 후속 청문회도 ‘맹탕’ 될라

입력 : 2025-06-26 17:04:37 수정 : 2025-06-26 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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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없고, 자료 제출 거부에도 구두 해명으로 넘어가
부실 검증 비판에도 민주당 인준안 표결 강행 예고
줄줄이 남은 청문회 이번 청문회가 ‘기준점’ 될 우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25일 진행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덕성도, 정책 역량도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났다. 초유의 증인·참고인 없는 청문회였던 데다, 재산 증식·학위 취득 등을 둘러싼 의혹은 김 후보자의 구두 해명을 듣는 데 그쳤다. 야당은 ‘면죄부 청문회’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김 후보자는 다수 여당의 엄호 아래 무난하게 인준될 분위기다. 이재명 정부 첫 인사청문회가 이렇게 ‘맹탕’으로 마무리되자, 줄줄이 이어질 후속 청문회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김 후보자 청문회는 ‘자료 부실 제출’, 국민의힘 측 ‘6억 원 장롱 발언’ 등을 놓고 여야가 공방을 반복하다가 오후 정회 후 다시 열리지 않았고, 자정을 기해 자동 산회했다. 국민의힘은 이틀 청문회 기간 기존에 제기된 재산·가족 관련 의혹과 논란을 검증하는 데 열을 올렸지만 ‘결정적 한 방’을 끌어내지 못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엄호하는 데에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나 정책 역량 검증은커녕, 이틀 내내 지루한 공방이 오갔던 재산 증식 의혹조차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최근 5년간 공식 수입이 세비 5억 1000만 원인데 비해 지출이 최소 13억 원에 달한다는 의혹과 관련, 결혼식 축의금·빙부상 조의금과 두 차례의 출판기념회 판매수익에 더해 처가로부터 생활비 2억 원 가량을 5년에 걸쳐 지원받았다고 해명했다. 또 과거 불법정치자금 공여자인 강신성 씨로부터 미국 유학 당시 매달 450만 원 가량을 송금 받은 데 대해서는 강 씨의 권유로 배추 농사 사업에 전세금 2억원을 투자한 수익금을 다달이 돌려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강 씨 등과 관련된 대출·상환 내역, 처가 증여세 신고 내역 등 자료 제출 요구에는 여러 이유를 들어 끝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주요 쟁점을 검증할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은 김 후보자와 이를 비호한 민주당의 태도 탓에 청문회가 파행됐다고 비판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후보자의 여러 의혹과 관련한 핵심 자료들이 충실히 제출되지 않아 회의가 속개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며 “자료 제출 없이 진행된 검증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청문위원인 같은 당 김희정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후보가 주겠다고 했던 자료도 끝내 주지 않아서 회의가 속개되지 못했다”며 “(청문회 일수를) 하루라도 늘리려고 협상을 시도했지만, (여당에서)‘이걸로 마무리된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런 국민의힘에 대해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선 대선 불복”이라고 주장하며 인준 강행 의사를 보였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의 출범을 기어코 방해하려 드는 국민의힘은 국정 방해 세력”이라며 “국민주권정부의 출범을 지연시키고 정부 조직에 공백을 유도하려는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서 대선 불복까지 염두에 둔 의도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당의 현격한 입장 차를 감안하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특위 차원의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인사청문 시한일인) 29일을 지나도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며 “6월 30일 또는 7월 3∼4일에 (인준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압도적 다수당인 여당이 인준안 표결을 강행한다면 김 후보자는 어렵지 않게 총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요 의혹에 대해 구두 해명 만으로 검증대를 통과한 이번 사례가 후속 청문회에서도 일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다른 후보자들도 당연히 곤란한 검증 관련 문제는 김 후보자처럼 말로 대충 넘어가려고 하지 않겠느냐”면서 “청문회의 검증 기능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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