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가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해체계획서를 최종 승인받고 본격적인 해체 절차에 들어간다. 2015년 고리1호기 영구정지 결정 후 10년 만에 원전해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원전 해체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원안위는 이날 제216회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제출한 고리1호기 해체계획서를 심의해 원안 가결했다. 법적·기술적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판단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고리1호기는 가압경수로 방식의 전기출력 587MWe(메가와트)급 원전이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국내 최초의 원전으로, 40년간의 운영을 마친 뒤 2017년 6월 영구정지됐다. 이후 해체계획서 수립 및 규제기관의 기술 검토와 보완 과정을 거쳐 이번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한수원은 지난 5월부터 해체 승인 사전 작업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이번에 원전해체 승인을 받게 됨에 따라 2037년까지 향후 12년에 걸쳐 고리1호기를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부지를 복원할 계획이다. 원전 해체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의 순으로 추진된다.
한수원은 오는 7월부터 터빈건물 내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며, 2031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성계통에 대한 해체를 거쳐 2037년 해체를 종료할 계획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수원은 방사선 안전관리와 환경보호, 지역과의 소통을 최우선 핵심 원칙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고리1호기 해체는 단순한 설비 철거를 넘어 국내 해체기술 내재화와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사업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해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해체 사업은 한국이 원전의 전(全)주기 관리 체계를 갖춘 나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자, 향후 글로벌 해체시장 진출의 시험 무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도 500조 원대로 추정되는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것이다.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전 해체 시장은 약 462조 원으로, 현재 기준으로는 약 500조원 대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독일, 일본, 스위스 등 4개국만이 원전을 해체해 본 경험이 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연구로 혹은 실증로를 해체한 경우로, 상업용 원전을 해체해 본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한편, 한수원은 2021년 5월 고리 1호기 최종해체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안위는 다음 해인 2022년 1월부터 본심사에 착수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