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에 나오는 명곡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things)의 가사는 “장미꽃에 맺힌 빗방울과 아기 고양이의 수염”(Raindrops on roses and whiskers on kittens)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일상을 채우는 작고 귀한 것들을 나열한 후 “개에게 물리거나, 벌에 쏘이거나, 아무튼 슬퍼질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슬픔이 사라지지”라고 맺는다. 왈츠풍의 음악이 우중충한 마음을 통통 튕겨서 구름 속으로 날려 보내는 듯하다.
이 음악을 쓴 사람은 1902년 6월 28일에 태어난 미국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 1902~1979)였다. 43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작곡했고, 900개가 넘는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텔레비전, 영화, 음반, 브로드웨이 할 것 없이 전 분야의 쇼 비즈니스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미국 문화계의 그랜드슬램 격인 에미상, 그래미상, 오스카상, 토니상을 모두 수상한 사람들을 ‘EOGT 클럽’이라 부르는데, 리처드 로저스는 여기에다 퓰리처상까지 받아 미국 최초로 ‘PEGOT’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리처드 로저스의 곁엔 두 명의 천재적인 작사가가 있었다. 첫 번째 인물이 로렌츠 하트였고, 두 번째 인물이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였다. 세 사람은 모두 컬럼비아대학에서 공부했다. 하트와 ‘블루문’ ‘나의 사랑스런 발렌타인’ 같은 스탠더드 명곡을 만들었지만, 나중에 하트가 알코올 중독에 빠져 대본을 쓰기 힘들어졌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다. 두 사람은 1943년에 만든 첫 작품 ‘오클라호마’로 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이어 1945년 ‘회전목마’, 1949년에 퓰리처상에 빛나는 ‘남태평양’, 1951년 ‘왕과 나’로 연이은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1959년에 만들어낸 것이 바로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그들은 총 35개의 토니상과 함께 15개의 아카데미상, 2개의 퓰리처상, 2개의 그래미상, 2개의 에미상을 받았다.
1965년에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줄리 앤드류스를 기용하여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판을 만들었는데, 이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편집, 편곡, 녹음의 5개 분야를 수상했다. 오늘 추천한 영상은 2015년 영국 BBC Proms 축제의 마지막 밤 콘서트를 담은 것으로, 소프라노 다니엘레 드 니스가 영화 속 마리아의 노래를 멋지게 이어 부른다.
한국의 소극장 뮤지컬로 시작한 ‘어쩌면 해피엔딩’이 올해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해서 화제가 되었다. 로저스의 ‘사운드 오브 뮤직’처럼, 한국 창작 뮤지컬도 세계인의 무대로, 영화로, 콘서트로 이어질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