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고속도로

입력 : 2025-06-26 18: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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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외가에 갈 때면 버스를 주로 이용했다. 시골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어린 나에겐 고난 그 자체였다. 버스 안은 콩나물시루같이 사람들이 타고 있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덜컹거리는 버스 때문에 매번 멀미를 했다. 어린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한 건 아이러니하게 ‘돌’이었다. 당시 차량이 다니는 시골길은 돌이 많았다. 그렇다보니 차량이 다니면서 바퀴에 튕겨져 나가는 돌이 차량 밑을 때리는 일이 흔했다. 버스가 달리며 튕기는 돌이 차량 밑을 때릴 때 버스 안에서 느끼는 진동은 엄청났다. 돌이 어린 아이의 발 부근을 때릴 때면 통증과 함께 버스 바닥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공포감마저 들었다. 차량에서 튕겨져 나간 돌이 행인을 공격할 때도 있었다. 시골 비포장 도로의 아픈 추억 탓에 어린 아이는 고속도로 예찬론자가 됐다.

우리나라 1호 고속도로는 1967년 9월 2일 지정된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경인고속도로이다. 이듬해 4월 8일 국토를 가로지르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고속도로 시대를 열었다. 대한민국의 고속도로는 특징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4차로 이상’이라는 점이다. 국가 안보가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6.25 한국전쟁을 교훈 삼아 전국 어디에서든 빠르게 탱크 등으로 북진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감안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유독 직선 코스가 많은 것도 전시 상황 전투기가 이륙할 수 있는 비상활주로의 기능을 겸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만 4곳 이상 비상활주로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 정부 들어 새로운 고속도로 개통을 예고했다.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예고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이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경까지 ‘제2의 경부고속도로’에 비유되는 에너지 고속도로 개통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일명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핵심 클러스터인 호남권 생산 전기를 핵심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나르는 초고압직류송전(HVDC)망을 말한다. 그동안 재생에너지를 만들어도 이를 수도권 등지에 공급하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친환경 재생에너지 환경에 장애 요인이 돼 왔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사람과 물류, 경제의 흐름을 바꿨듯이 에너지 고속도로는 앞으로 대한민국의 산업 지도와 에너지 흐름 그리고 지방 경제의 운명을 바꿀 중요한 인프라임을 의심치 않는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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