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집단지도체제 검토… "친윤 기득권 연장" 비판 목소리

입력 : 2025-06-26 18: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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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간 당권 경쟁 조율 취지
안철수 "위기엔 단일 리더십"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1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18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지도체제 개편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당 안팎에서는 대표 1인 중심 구조를 대신해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통해 권한을 분산하고 계파 갈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반면, 이를 두고 “친윤계의 기득권 연장 시도”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차기 지도부 구성 방식으로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중진 의원을 포함해 일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대표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현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으며, 대체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그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들을 선출하는 구조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할 경우, 일정 득표 순위에 오른 인사들이 함께 지도부에 참여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김문수 전 대선후보, 나경원·안철수 의원, 한동훈 전 대표 등이 모두 최고위원으로 포함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집단지도체제를 지지하는 측에선 다양한 모델이 논의되고 있다. 당대표 없이 최고위원들로만 운영하는 수평형, 대표직을 순환제로 맡는 순환형, 전당대회 득표 순위에 따라 대표와 최고위원을 나누는 방식 등이 검토된다.

당내에서는 집단지도체제 논의가 계파 간 당권 경쟁을 조율하려는 지도부와 중진들의 고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고위원 중심의 권한 분산을 통해 내부 갈등을 완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당이 특정 인물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 이번 구상의 배경이라는 평가도 제기된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철수 의원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당을 살리려면 권한과 책임이 명확한 단일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지도체제는 단 한 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는 변종 히드라”라며 “계파 간 밥그릇 싸움, 진영 간 내홍, 주도권 다툼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협의와 조율이라는 미명 아래 시간만 허비한 채 당은 다시 분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정성국 의원도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정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한동훈이 대표가 되는 것을 친윤이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윤이 김문수 후보조차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며 “결국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30일 종료되면서, 그가 제안한 ‘5대 혁신안’도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회의 존속 기간은 최대 6개월로 제한돼 있어,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임기 연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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