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에 이어 29일 부산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체감기온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최근 몇 년간 봄을 느낄 겨를도 없이 6월 무더위가 시작되고 9월까지 이어지는 이상 기후는 일상이 됐다. 이로 인해 휴일인 29일 해운대, 송정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50만 명 이상 몰렸다. 하지만 불볕더위가 반갑지 않을 뿐더러 고통을 겪는 취약 계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부산기상청도 당분간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온열 질환 예방을 당부했다. 그간 우리 사회는 폭염의 불평등성을 보완하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왔는데, 한층 더 촘촘한 피해 예방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29일 부산에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지만 울산 서부와 경남 일부에는 한 단계 높은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때이른 폭염은 지역과 계층을 차별하고 때로는 위협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2023년 부산에서 온열 질환자는 모두 94명이었는데 이 중 1명이 숨졌다. 지난해에는 9월까지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추석 연휴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사직야구장에서 온열 환자가 무려 43명이나 발생했다. 전례 없는 찜통 더위와 열대야는 에어컨 등 냉방 기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저소득층, 야외 노동자, 독거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장기간 지속되면 건강 악화와 사회적 고립이 불가피하다. 폭염 피해의 불평등성은 사회적 위기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제도나 지원책은 다양하게 필요하다. 예컨대 기상청의 ‘폭염 예보 전달 서비스’ 같은 간접적 지원은 효과적이다. 도시 거주 자녀가 부모 거주 지역의 폭염 알림을 신청하면, 기상청이 ‘주의’ 단계 이상일 때 카카오톡 알림을 보내는 식이다. “폭염이 예상되니 외출을 삼가시라”는 안부 전화가 어르신 세대의 행동 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한편 폭염 시 건설 현장과 공장 노동자의 작업중단권을 둘러싼 논의에도 진전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도 불구하고 공사 지연, 비용 발생을 이유로 외면당하기 일쑤고 특히 대기업에 비해 영세 사업장이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부산시가 파악하는 폭염 취약 계층은 독거노인 22만여 세대를 비롯해 노숙인, 쪽방 거주자, 중증 장애인 등 모두 27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폭염 일수는 갈수록 느는데 전기료가 겁이 나 냉방 기기 사용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무더위쉼터나 경로당 냉방비 지원 등 기본적인 지원책과 함께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편 폭염 피해가 일시적이지 않고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라는 점에서는 국가적 대응 체계도 필요하다. 예컨대 고수온에 따른 어류 폐사나 어획량 급감, 농작물 생육 장애 등 식량 불안과 서민 경제 악영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 컨트롤타워와 지자체의 현장 대응 체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