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무죄 구형 기대”…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 빠르게 진행한다

입력 : 2025-06-30 17:00:17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60년 만에 최말자 씨 사건 재심 본격화
부산지법 30일 2차 공판준비기일 열어
검찰 “피고인과 증인 신문 하지 않겠다”
검찰과 최 씨 측, 모두 신속한 재판 의지
최 씨 측 “검찰이 무죄 구형해 주길 기대”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 DB

60여 년 전 성폭행범 혀를 깨문 최말자(79) 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 재심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공판을 앞둔 검찰이 “피고인(최 씨)과 증인 신문을 하지 않겠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재판을 종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재판 절차를 최소화하려는 데 공감하며 “다음 공판기일에 검찰이 무죄를 구형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중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 씨 사건 재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30일 열었다. 지난달 9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유죄 판결 당시 증인들을 다시 법정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 씨 측은 증인 신문은 다시 상처를 준다고 반발하며 오히려 신속한 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증거 제출 계획서를 내며 피고인과 증인 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사실 관계 확인과 정당방위 상황에 대한 입증 자료를 제출하되, 피고인 입장을 고려해 별도로 증인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피고인이 재심 신청 절차에서 제출한 주요 증거를 바탕으로 증거 신청을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최 씨 측은 “증인 신문을 할 사안이 아니다”며 동의 의사를 밝혔다.

검찰과 최 씨 측은 모두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씨 측 변호인이 “빠르게 재판을 진행해 신속히 피해자 권리를 구제했으면 한다”고 하자, 검찰 측도 “재판을 빠른 시일 내에 종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판부도 피고인이나 증인 신문이 없어도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혹시 추가로 신청할 증거가 있다면 다음 기일 전에 제출해 달라”며 “불필요하게 재판이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은 다음 달 23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하고, 그다음 기일에 재판부가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첫 공판기일에는 최 씨가 출석해 의견을 밝히고, 검찰 측이 구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 씨 변호인인 법무법인 지향 김수정 변호사는 “검찰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겠지만, 무죄를 구형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희 변호사는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했거나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과 결정문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며 “우리에게 유리한 자료를 많이 냈다”고 밝혔다.

재심은 성폭행 피해자인 최 씨가 정당방위가 아닌 중상해죄로 60년 전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다룬다. 1964년 5월 6일 당시 18세였던 최 씨는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노 모(당시 21세) 씨 혀를 깨물어 약 1.5cm 절단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 됐다.

이듬해 부산지법은 6개월간 옥살이를 한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노 씨에겐 최 씨보다 더 가벼운 판결이 나왔다. 강간 미수가 아닌 특수 주거침입·특수협박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현재 노 씨는 사망한 상태로 추정된다.

최 씨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 등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로 다뤄졌다.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