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길, 우리는 복잡한 교통 흐름 속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폭우나 예기치 않은 땅꺼짐 현상에 도심 기능이 마비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와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에도 깊은 고민에 잠기게 된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현대 도시의 문제들, 과연 기존의 방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사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면? 바로 이 질문에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부산을 마치 쌍둥이처럼 가상 세계에 똑같이 복제하고,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살아 있는 디지털 도시’ 시스템이다. 교통량 변화, 전력 사용량, 대기 오염 수치, 지반 침하 위험 감지, 재난 발생 시 최적의 대피 경로 예측 등 도시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 분석할 수 있다. 도시가 ‘보인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새로운 정책이나 개발 사업이 가져올 영향을 미리 시뮬레이션하여 최적의 ‘정밀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싱가포르는 ‘버추얼 싱가포르’를 구축해 도시 계획부터 에너지 관리, 전염병 확산 예측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일본 도쿄는 ‘프로젝트 플라토(PLATEAU)’를 통해 3D 도시 모델 기반으로 재난 대응 훈련과 자율 주행 실험 등을 진행 중이다. 핀란드 헬싱키는 탄소 중립 도시를 목표로 에너지 사용 최적화에 디지털 트윈을 핵심 도구로 사용하고 있으며, 영국은 여러 분야 데이터를 연결하는 ‘국가 디지털 트윈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 기반 시설 효율성과 복원력을 높이는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부산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다행히 부산은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 실험을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해 온 도시다. ‘에코델타 스마트시티’는 실시간 물 관리와 AI 기반 에너지 시스템 운영 등 디지털 트윈 기술 구현의 최적 시험장이다. ‘북항 재개발’ 또한 단순한 항만 기능 복원을 넘어, 스마트 항만 물류와 친환경 에너지가 결합된 복합 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트윈의 잠재력이 크게 기대된다. 특히 부산은 글로벌 해양 물류 도시이자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연안 도시라는 점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항만 운영 효율화와 재난 예측·대응 강화에 직접 활용하여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부산시는 부산진구 시범 사업으로 최근 시민 체감형 포털 ‘1365 트윈 부산’을 개설해 골목길 안전과 노후 건축물 관리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도시 문제 해결의 정밀성과 신속성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있다. 도시 곳곳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해킹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며, 서로 다른 시스템 간에 데이터를 원활하게 공유할 개방형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데이터 주권과 시민 신뢰 확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첨단 기술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시민들이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참여 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 나아가 산·학·연·관이 긴밀히 협력하는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 역시 필수적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도시를 운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부산이 이러한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잘 갖춰진 인프라 때문만은 아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산 시민들의 개척 정신과 역동적인 문화, 그리고 동북아 해양 수도로서의 강점과 풍부한 산업 기반이 시너지를 창출한다면 부산은 기술 중심 도시를 넘어 데이터 기반 도시 혁신의 글로벌 모델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에 필요한 것은 기술과 인프라를 넘어 추진력 있는 실행 전략과 명확한 도시 비전이다. 부산시가 중장기 로드맵을 주도하고, 시민, 기업, 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장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디지털 트윈은 도시 혁신과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부산은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도시로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다. 디지털 트윈은 부산이 미래를 예측하며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미래를 여는 열쇠다. 급변하는 시대에 데이터 기반의 도시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데이터로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담대한 항해를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