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노쇠한 '조선 도시'에 믿을 건 외국인 노동자뿐?

입력 : 2025-06-30 17:55:3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김민진 지역사회부 차장

전국 228개 기초지자체 중 청년(20~39세) 인구가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곳, 바로 경남 거제다. 얼마 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층 이동과 지역의 인구 유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7만 7244명이었던 거제시 청년 인구는 2023년 4만 6283명으로 3만 960명 감소했다. 연평균 -1.26%꼴이다.

청년층 비중도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거제시 청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역 19~39세 인구는 5만 2781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 23만 8671명 중 22.1%로 전국 평균 22.6%보다 낮은 수준이다. 청년 중에도 젊은 층에 속하는 19~24세 인구는 1만 326명에 불과했다.

청년 기준을 15~39세로 했던 2020년 첫 조사에서 32.1%로 전국 평균(31.9%)을 웃돌았던 거제시 청년 인구 비율은 2022년 28.3%를 기록하며 전국 평균(30.5%) 밑으로 떨어졌고, 이번 통계에서도 전국 평균을 넘지 못했다. 한때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도시’였던 거제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걸까?

거제는 세계 조선 빅3로 손꼽히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이 있는 명실상부 조선 도시다. 2000년대를 전후해 조선업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지역 경제도 덩달아 신바람을 냈다. 인구도 급증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30만 명에 육박했다.

그런데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악재에다 상선 발주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양대 조선소가 경영난에 허덕이자, 정부는 국가 기간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일감이 바닥난 상황에 감원 칼바람까지 불면서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하나, 둘 거제를 등졌다. 8만 명을 훌쩍 넘겼던 조선업 직접 종사자 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러다 2022년을 전후해 업황은 살아났지만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불황을 거치며 임금 수준이 크게 낮아진 데다, 경기 부침이 심한 조선업 특성상 호황이 지나면 언제든 다시 칼바람을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여전한 탓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일감은 넘쳐나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이대로는 수주한 선박 납기를 맞추기 힘들 것이란 우려와 함께 조선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외국인 노동자 확대였다. 이후 지역 조선업계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수혈됐다. 2021년 5404명에 불과했던 거제 지역 외국인 수는 올해 5월 말 기준 1만 5465명으로 세 곱절 늘었다. 덕분에 업계는 급한 불을 껐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일자리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면서 정작 지역 노동자는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업 활황에도 정작 지역 인구는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은 급여 대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실정이라 지역 경제에는 긍정적인 소비 효과를 주지 못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지만, 이대로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성장 기반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과 산업 그리고 인구 문제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더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