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을 장바구니에 담게 하는 힘

입력 : 2025-06-30 17:56:45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무지 티셔츠로 더현대서울 접수한 유핑
SNS가 만든 전국 빵지순례지 초량온당
꿀꺽하우스의 '부산식' 감성 막걸리 등
전국 취향 사로잡는 부산 로컬 브랜드들

부산의 티셔츠 브랜드가 더현대서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SNS를 타고 퍼진 입소문 덕에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MZ세대의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의 한 작은 빵집은 전국적인 ‘빵지 순례지’로 떠오르더니, 올봄에는 스타벅스 메뉴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부산에서 탄생한 로컬 브랜드들이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을 넘어 ‘취향’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중심에 둔 이들은, 이제 전국에서 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 토종 브랜드 ‘유핑’은 2007년부터 17년간 티셔츠만을 전문 생산해 왔다. 이들이 만든 무지 티셔츠 한 아이템은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에서 고객들이 ‘결제 대기 줄’을 길게 서게 만드는 인기를 과시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팝업스토어가 백화점 바이어의 러브콜로 단 3주 만에 입점까지 성사된 이례적인 사례라는 점이다.

유핑의 성공 비결은 담백하게도 오직 ‘품질’에 있다. 유핑은 최근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와 협업해 K팝 아이돌과의 컬래버레이션 의류를 선보이며, K팝 팬덤을 적극 활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BTS 정국, 레드벨벳 슬기, 트와이스 나연 등 K팝 스타들이 배출된 서울공연예술고는 국내외 팬들이 ‘성지’처럼 찾는 곳으로, 유핑은 아이돌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무대도 노리고 있다. 유핑은 ‘탁월한 품질이라면, 로컬 브랜드도 전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부산 동구 초량동 골목의 작은 빵집 ‘초량온당’은 SNS를 타고 ‘빵지순례 성지’가 됐다. 이 빵집은 메뉴 이름부터 진열 방식, 테이크아웃 패키지까지 철저히 ‘공유’를 전제한 설계를 택했다. 현장에서 구매하고, 인증샷을 찍고, 후기를 남기고, 친구를 소환하는 일련의 흐름이 매출로 이어진다. 초량온당은 스타벅스와 협업해 올봄 시즌 프로모션 푸드로 ‘초량온당 더블 앙 고구마 맘모롱’을 내놓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작은 동네 빵집은 이제 전국의 디저트 마니아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 됐다. 빵은 더 이상 배를 채우기 위한 식품이 아니다. 취향의 상징, 공유할 경험, 개인 정체성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됐다.

부산 막걸리 브랜드 ‘꿀꺽하우스’는 수영구 광안리에서 전통주 양조장 겸 펍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 사투리와 광안리 감성을 담은 네이밍과 감각적 디자인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부산식 취향’으로 인식됐다. 최근 서울역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는 ‘산, 초’ 막걸리가 하루 만에 준비 수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부산 매장을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이 방문하거나 SNS로 브랜드를 접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는 단순한 상품보다 ‘스토리’와 ‘공감’을 산다. 동네에서 시작된 브랜드가 SNS를 통해 전국과 연결되면, 자발적인 전도사들이 등장해 이들을 퍼뜨린다. 이들은 유명 연예인의 광고보다, SNS에 올라온 진솔한 후기 한 줄에 지갑을 연다. 이런 흐름은 대형 유통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이 지역 브랜드와 협업하는 ‘로컬존’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유통 거인들이 작은 로컬 브랜드의 힘을 빌리고 있는 셈이다.

부산은 이러한 흐름에서 로컬 브랜드들이 전국으로 뻗어 나갈 가능성이 크다. ‘바다 도시’ ‘미식 도시’ ‘골목 도시’ ‘피란수도’ ‘영화 도시’ ‘관광 도시’ 등 다양한 지역 정체성은 지역 기반 브랜드가 자라기에 훌륭한 뿌리다. 또한 브랜드가 ‘부산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 MZ세대는 ‘어디서 왔는가’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컬 브랜드가 홀로 성장하기엔 현실이 녹록지 않은 점은 사실이다. 전국 단위의 물류창고나 배송 시스템을 직접 갖추기 어렵고, 대형 유통망은 납품, 반품 대응, 재고 관리 등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제품은 뛰어나지만, 브랜드 네이밍·콘텐츠·SNS 운영 등에서 스토리텔링이 미흡하기도 하다. 지역 물류 공동망이나 마케팅 지원 등 공공 프로그램의 역할이 필요하다.

유통은 흐름이다. 그 흐름이 중앙에서 지역으로,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개인의 취향’이 트렌드를 바꾸는 시점에 서 있다. 부산의 작지만 강한 로컬 브랜드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 풍경은, 지역 경제뿐 아니라 전국에도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는 ‘부산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하나의 신뢰가 되고, 하나의 취향이 되고 있다. 그 성공담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김동주 경제부 차장 nicedj@busan.com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