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 경쟁력, 전력망 적기 구축이 선행돼야

입력 : 2025-07-13 14:34:17 수정 : 2025-07-13 20: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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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군 한국전력 부산울산본부장


AI 산업의 확산이 전력수요 증가에 가져온 파장이 만만치 않다. AI 서비스 구축에 필수적인 것이 데이터센터인데, 수도권의 산업입지가 포화됨에 따라 대체지로 지방도시가 각광을 받게 되면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 있는 부산의 전력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또한, 부산시는 ‘기회발전특구’, ‘도심융합특구’ 지정 등을 통해 전력반도체, 이차전지, ICT융‧복합 지식서비스와 같은 첨단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산 인근의 발전량도 지속적으로 증가될 전망이다. 새울원전 3·4호기(옛 신고리 5·6호기)가 2026년 완공 예정이며,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의한 발전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또 부산시는 서부산 일대 산업단지에 에너지저장장치 팜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최근 산업부의 ‘분산에너지특화지역’ 공모에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이렇듯 부산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전력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커질 것으로 예상되나, 안타깝게도 전력계통의 수용여력 또한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전력망 인프라가 부족하여 늘어난 수요와 공급을 감당할 수 없고, 따라서 전기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필요한 때에 공급하지 못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된 전력을 적기에 수요지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과 변전소가 더 필요한 것이다.

물론 한전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응한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 등으로 미래의 전력수요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설비계획의 수립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같은 전력 다소비 시설이 3년 정도면 준공되는 데 비해, 전력망 건설은 송변전 설비 인근 지역의 주민여론, 인·허가 등으로 훨씬 오래 걸리는 실정이다. 즉 수립된 계획의 실행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부산 일부 지역의 전력망은 한 방향에서만 전기를 공급받는 형태로, 이 경우 한 곳에서 장애가 발생하면 다른 경로로 전기를 보낼 수 없어 정전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2003년 태풍 ‘매미’ 당시, 경남 일부 지역으로 들어가는 단방향 송전선로가 끊어진 탓에 해당 지역에서 며칠간 정전을 겪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환상망으로 조속히 보강할 필요가 있다. 환상망은 한쪽 경로가 끊겨도 다른 경로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정전 피해를 최소화하고 전력 공급을 신속히 복구할 수 있다.

한전은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제정을 통해 국가기간 전력망 적기 확충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력망 건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수용적 대화를 통해 주민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전력 공급과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부산권 전력계통 안정을 위하여 STATCOM(Static Synchronous Compensator,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과 같은 첨단 특수설비를 확충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에도 힘쓸 것이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데 핵심적인 기반이 된다.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기 위해 지역 주민의 이해와 협조가 절실하다. 한전과 지역사회가 꾸준히 힘과 지혜를 모아 연대한다면 지역 발전의 지속가능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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