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 배달라이더 등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인 ‘이동노동자 쉼터’가 서울 등 주요 도시보다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동노동자가 매년 늘고 쉼터 설립 요청도 이어지고 있지만 부산시와 일선 구·군은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증설에 난색을 보인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부산진구, 사상구, 해운대구, 동래구 등 4곳에 이동노동자 쉼터가 있다. 부산진구에는 부전동 서면 상상마당 인근 건물에, 사상구에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 주변에, 해운대구에는 중동 해운대구청사 부근에 있다. 동래구엔 컨테이너형 간이 쉼터가 온천동 내성중학교 맞은편 하천 부지에 들어섰다.
이 공간은 이동노동자가 등록 후 지문·전화번호 인증 등으로 자유롭게 출입하며 준비된 음료 등을 마시며 쉴 수 있다. 동래구 쉼터를 제외한 3곳에선 안마의자, 컴퓨터도 사용할 수 있다.
시는 연간 8억 원을 투입해 쉼터 4곳을 운영한다. 2019년 부산진구에 거점 센터가 처음 문을 열었고 2022년에는 사상구, 해운대구에서도 쉼터가 개소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동래구의 간이 쉼터는 고용노동부의 노동약자 일터 개선사업을 통해 설치비 5550만 원 가운데 50%를 지원받았다.
마땅히 쉴 곳이 없는 대리기사, 배달라이더 등이 주 이용객이지만 부산의 쉼터는 다른 지역보다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경기도 32곳, 서울 19곳, 경남 7곳, 충남·울산 5곳 등 전국에 127개소가 있다. 하지만 부산에는 4곳밖에 없고 향후 확장 계획도 뚜렷하지 않다.
일부 센터로 이용자가 몰리는 현상도 보인다. 쉼터 이용 건수는 2022년 1만 7653건에서 지난해 2024년 8만 561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이중 절반가량이 서면 쉼터에 쏠린다. 쉼터를 운영하는 부산이동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새벽 시간대에는 서면 쉼터에 자리가 없어 일부 이동노동자들은 서 있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시의 이동노동자를 위한 지원 조례는 정부의 지원사업보다 앞선 2019년 제정됐다. 하지만 예산 편성액은 적어 이동노동자 복지 증진에 대해 부산시의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가 지난해 쉼터 운영에 투입한 예산은 8억 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가 투입한 27억 원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구·군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지원 사업 공모는 기초지자체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쉼터 설치 지원 사업에 응모한 부산 지역 구·군은 없다. 동래 간이 쉼터도 지난해 부산시가 지원해 설치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좋은 입지에 쉼터를 설치하려면 임대료만 수천만 원이 든다”며 설치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동노동자들은 기존 시설이 일부 거점에만 운영되고 있어 배달, 대리운전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부산시가 위탁 업체를 통해 실시한 쉼터 추가 설치 희망 구역 설문조사에서는 하단, 명지, 광안리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해운대 쉼터를 이용하는 대리기사 박 모(69) 씨는 “요즘처럼 밤에도 무더운 계절엔 하단오거리처럼 대리기사들이 몰리는 곳에도 쉼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모든 운영비를 시비로 충당하니 부담이 크다”며 “예산을 높이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되레 쉼터 관리자가 1명 줄었다”고 해명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