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다 팔아야 서울 한채

입력 : 2025-07-03 18: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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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동네 무성리에 사는 청년이 서울에서 살기 위해 상경했다. 그는 알고 있던 선배 형을 만났다.

형은 동생에게 “수락아, 서울에는 왜 왔니?”하고 물었다. 청년은 “형님, 저도 서울에 집을 사서 번듯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자 그는 “동생아, 서울은 네가 생각하는 곳과 다르다”며 “어서 무성리 내려가라. 네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네가 살던 무성리를 다 팔아야 한다.”

“네에에~?” 개그 프로그램 ‘서울의 달’에 나오는 한 콩트다.

서울의 집값이 얼마나 비싼지를 말해주는 콩트지만 현실을 그다지 과장한 것 같지도 않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아파트 전용 84㎡는 6월에 60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방 3개짜리 32평 아파트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인 2019년. 한창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때였다. 김 장관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집값 좀 잡을 수 있는 대책이 없을까요”하고 물었다. 그도 매우 답답해하던 참이었다. 아무리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도 집값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기자가 “금리가 너무 낮아서…”하고 말했다. 당시 초저금리 시대였다. 그러자 김 장관은 “금리는 우리가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규제와 공급 대책을 함께 써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 마지막에야 공급의 중요성을 알고 대규모 공급 대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파트는 금방 공급되지 않는다. 공급 대책 발표 8~10년 후에야 입주가 가능하다.

2025년 초여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다. 6월 넷째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송파구 0.88%, 강남구 0.84%, 서초구 0.77%, 강동구 0.74% 등이다. 1주일 만에 이렇게 오른 것이다.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은 저금리에 대한 기대감, 수도권 초집중화, 강남불패 신화, 저조한 신규 주택 공급, 세제 완화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 거점도시를 키우지 않고 수도권에만 ‘올인’한 정부 정책 때문이다. 정부가 수도권에 모든 자원을 쏟아부으니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고, 또 사람이 몰린다고 그 대책으로 GTX와 광역교통망, 신도시 등 인프라를 또 만들면서 수도권 초집중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을 ‘촌’이라고 부르고, 지방에 인프라를 건설한다고 하면 ‘헛돈 쓴다’고 생각하는 정부와 수도권 언론이 기어코 이렇게 만든 것이다.

김덕준 세종취재부장 casiopea@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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